웹닷컴투어 클럽 콜롬비아 챔피언십 1라운드

이경훈. 사진제공=KPGA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2부투어(웹닷컴투어) 파나마 챔피언십 3라운드 리더보드 선두권에 한국 선수의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올해로 3년째 'PGA 1부투어 도전'을 목표로 뛰고 있는 이경훈(27·CJ대한통운). 공동 4위까지 올랐던 그는 5일 열린 4라운드에서 10번홀(파4) 트리플보기에 발목이 잡혀 1오버파를 치는 바람에 톱10 진입에 실패, 공동 11위로 마무리했다.

이경훈이 국내 골프 팬들 사이에서 처음 두각을 드러낸 것은 2010년이다. 2009년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경훈은 2010년 국가대표에서 탈락하며 당시 최고 목표였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실망과 좌절을 뒤로한 그는 단시간에 자신을 추스르며 연습에 매진했다. 그러자 뜻밖의 기회가 생겼다. 최종 1인을 뽑는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세를 몰아 2011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이경훈은 같은 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큐스쿨에 응시해 수석 합격을 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듬해 JGTO 첫 시즌에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을 제패하며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일본에서 장식했다.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이경훈은 그러나 이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꾸준한 활약했지만 두 번째 우승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경훈이 2016년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모습. 사진제공=KPGA


우승에 목말라하던 이경훈에게 2015년 최고의 순간이 찾아왔다. 9월 코오롱 제58회 한국오픈 정상에 오르며 국내 내셔널 타이틀을 획득한 그는 그해 KPGA 코리안투어 상금왕까지 차지했다. 약 한 달 뒤인 10월 JGTO 혼마 투어월드컵마저 제패하는 등 큰 수확을 일구었다.

일본을 주 무대로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유지하던 이경훈은 돌연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PGA 투어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 웹닷컴투어 큐스쿨에 응시한 것.

그는 KPGA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1년이라도 빨리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골프가 잘되던 시기여서 용기가 났다”면서도 “동료 선수들이 ‘웹닷컴투어는 코스는 물론 여러 방면에서 적응하기 힘들다.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만큼 악명 높은 곳’이라고 말해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PGA 1부투어 관문 역할을 하는 웹닷컴투어는 미국과 브라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지역을 오가면서 열린다.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문제뿐 아니라 숙소와 음식 등 환경적인 어려움도 많다. 이경훈 역시 웹닷컴투어에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2015년 웹닷컴투어 큐스쿨 최종순위 8위로 다음 시즌 출전권을 따낸 이경훈은 2016년 웹닷컴투어 18개 대회에 출전해 10개 대회에서 본선 통과에 성공했지만 상금랭킹은 78위에 머물렀다. PGA 투어로 갈 수 있는 파이널시리즈(상위 75명까지) 진출이 좌절된 이경훈은 한국오픈 타이틀 방어를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회 첫날 공동 선두로 나선 이경훈은 최종라운드까지 선두를 뺏기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PGA 투어 아쉬움을 달랬다.

웹닷컴투어 데뷔 첫해 성적이 좋지 않아 대회 중에 감정 컨트롤도 안되고 무리한 경기 운영을 할 때가 많았던 이경훈은 “그러다 보니 자신감을 잃곤 했는데, 한국오픈 2연패를 달성하며 PGA 투어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고 되돌아봤다.

바로 미국으로 돌아간 이경훈은 웹닷컴투어 큐스쿨에 다시 응시했다. 공동 14위의 성적표를 받아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웹닷컴투어에서 뛸 수 있었고, 시즌 상금순위 47위에 올랐다. 2부투어 파이널시리즈에는 진출했지만, 상금랭킹 50위에 머문 그는 PGA 투어로 갈 수 있는 문턱을 넘지 못했다. 총 4개의 파이널시리즈에서 상금순위 상위 25명에게만 다음 시즌 PGA 1부투어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2년 연속 웹닷컴투어에서 활동하면서 PGA 투어로 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이경훈은 “물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점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고, 목표는 여전히 PGA 투어를 향해 있기 때문이다. 1부투어에 진출할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그는 “그간 웹닷컴투어를 경험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환경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레슨이나 스윙 점검을 받기 힘들다는 것. 핑계로 들릴 수 있으나 투어 일정과 장소상 제약이 많다. 그러나 올해는 시즌 시작 전 운 좋게 훌륭한 코치(미국 국적의 크리스)를 만나 부족한 점을 보강했다. 아직 몸에 완벽하게 흡수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이 덕분에 지난해 아쉬웠던 퍼트와 쇼트게임 위주의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고, 체력 훈련과 식단 조절도 병행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올해 PGA 투어 진출이 더욱 간절해진 이경훈은 “한 시즌 동안 후회 없는 플레이를 펼쳐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라고 전했다.

2018년 웹닷컴투어 개막전이자 데뷔전에서 우승하고 두 번째 대회에서 준우승한 임성재(20·CJ대한통운)의 맹활약이 돋보이는 가운데 이경훈도 PGA 투어에 안착하길 기대해본다.

한편 이경훈은 9일 열린 웹닷컴투어 클럽 콜롬비아 챔피언십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3언더파 공동 12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선두와는 2타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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