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피닉스오픈 1라운드 공동 2위
빌 하스 7언더파 단독 선두

리키 파울러.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인기스타 리키 파울러(30·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다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릴 대회를 꼽는다면, TPC 스코츠데일(파71)에서 개최되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이 가능성 높다. 2년 연속 이 대회 정상을 제패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겨뤄 2016년에는 준우승, 작년엔 공동 4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2년 전에는 나흘 합계 14언더파(270타)로 나란히 동률을 이룬 뒤 연장전에서 패했다.

파울러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첫 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치며 공동 2위로 나섰다. 548야드, 파5홀인 15번홀에서 잡아낸 이글에 4개의 버디와 1개의 보기를 묶었다. 7언더파 1위를 달리고 있는 빌 하스(64타)를 2타 차로 쫓았다.

파울러는 경기를 마친 뒤 PGA와 인터뷰에서 2년 전 히데키에게 패했던 상황을 돌아보며 "나는 이곳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다만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당시 파울러는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단독 선두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에 3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에 나섰지만, 난조에 빠진 대니 리의 고전으로 일찌감치 선두 자리를 꿰찼고, 단 2개 홀을 남겨놓고 2위 마쓰야마를 2타 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파울러는 332야드밖에 되지 않는 17번홀(파4)에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그린 옆과 뒤쪽이 워터 해저드에 둘러싸인 이 홀에서 그는 드라이버를 꺼내 들어 티샷을 했고, 볼은 그린을 지나쳐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보기를 적어낸 파울러는 결국 마쓰야마에게 동타를 허용했고, 연장으로 끌려갔다.
18번홀(파4)에서 열린 1·2차 연장전과 10번홀(파4)로 옮긴 3차 연장전까지 승부가 나지 않자 대회 주최 측은 17번홀로 바꿔 네 번째 연장전을 치렀다. 파울러는 이 홀에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이번에는 드라이버는 아니었지만 3번 우드를 잡고 친 티샷이 그린 왼쪽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여기에 1.5m 거리의 파 퍼트마저 놓치면서 무릎을 꿇었다.

17번홀 사건은 파울러의 골프경력 중 가장 큰 손실 중 하나였지만, 그것을 극복했다. 그리고 17번홀에서 원온에 성공한 뒤 두 번의 퍼트로 홀아웃해 버디를 잡아냈다.

특히 이날 파울러는 모자에 어린 아이 사진을 붙인 채 경기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 속의 소년은 지난달 23일 선천성 호흡기 질환 때문에 7살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리핀 코넬이다. 파울러가 ‘1호 팬’이라고 부른 코넬은 5년 전 집 근처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처음 인연이 됐다.

팬에게 따뜻하고 친절하기로 유명한 파울러는 이 꼬마팬과 금세 친구가 됐다. 파울러는 이날 PGA와 인터뷰에서 코넬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전했다. "미스샷을 날린 뒤에도 코넬의 얼굴을 보면 위안을 받았다"는 그는 "잘 치든 못 치든 코넬은 항상 나를 응원했다"고 회고했다.

스코츠데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코넬은 해마다 피닉스오픈을 고대했다. 파울러의 경기를 눈앞에서 볼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넬은 이번 피닉스오픈 개막을 1주일 앞두고 세상을 떠났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파울러는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날 티오프를 앞두고 코넬의 아버지를 만난 파울러는 그로부터 코넬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건네 받았고, 모자에 핀으로 사진을 붙였다. 같은 날 파울러는 "1호 팬 그리핀, 너는 내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어!"라는 글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한편 피닉스오픈 첫날 하스가 선두 자리를 차지하리라곤 선수 자신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올 들어 출전한 처음 2개 대회에서 컷 탈락한 그는 지난주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공동 5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1라운드에서 88.89% 그린 적중률을 자랑한 정교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쓸어담는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2015년 휴매너 챌린지 제패 이후 3년째 우승이 없는 그는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렸다.

세계랭킹 2위인 존 람(스페인)과 버바 왓슨(미국)은 4언더파 67타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특히 올해 두 번째 우승을 노리는 람은 관중들이 둘러싸인 16번홀(파3)에서 3.5m가 넘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람보(RAHMBO)’라고 적힌 흰색 머리밴드를 쓰고 팬들을 즐겁게 했다.

반면 작년 상금왕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긴장을 했는지 16번홀 티샷을 그린 왼쪽 벙커에 빠뜨렸고, 두 번째 샷으로도 볼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결국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야유를 이끌어냈고, 바로 다음 홀인 17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적었다. 15번홀까지 버디만 5개를 쓸어담았던 그는 3언더파 68타로 미끄러져 공동 12위에 랭크됐다.

토머스와 같은 조에서 맞대결을 벌인 조던 스피스(미국)는 1오버파 73타(공동 83위)로 부진했다. 퍼팅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퍼트 개수 30개로 그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마쓰야마는 2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29위로 출발했다. 페덱스컵 포인트 1위를 달리는 패튼 키자이어(미국)는 1언더파 70타를 적어내 필 미켈슨(미국) 등과 공동 4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들 중 올해 처음 PGA 투어 대회에 나선 안병훈(27)이 3언더파 68타를 적어내 공동 12위로 선전했다.

강성훈(31)은 2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29위를 달렸다. 강성훈은 첫 홀인 1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등 전반 9개 홀에서 2오버파를 적었지만, 13번홀(파5)에서 낚은 이글과 12, 17번홀 버디로 잃은 타수를 만회하고 언더파로 마무리했다.

최경주(48)는 1오버파 72타 공동 83위, 김민휘(26)는 2오버파 73타 공동 95위에 그쳤다. 김시우(23)와 배상문(32)은 3오버파 74타(공동 108위)로 부진하면서 컷 통과가 발등의 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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