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E그룹 투어챔피언십…"영광스럽고 굉장한 일"

박성현 골프선수.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슈퍼 루키' 박성현(24)이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2017시즌을 홀아웃했던 순간만 하더라도 3관왕에 오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후 짧은 몇 분 사이 코스에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극적으로 올해의 선수상을 공동 수상한 박성현은 “굉장한 일이라는 그 얘기가 지금 가장 어울릴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달라' '닥공' '슈퍼 루키'에 이어 '기록 파괴자' 3관왕 달성

지난 18일 박성현이 최종전에서 3타 차 단독 선두를 질주,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에 신인상, 상금왕,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부문 1위 등 ‘4관왕’을 바라봤을 때 LPGA 투어는 공식 홈페이지에 박성현을 집중 조명하는 동영상을 게시했다.

박성현이 L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데뷔하기 전인 2016년 11월 자신의 각오를 밝히는 음성으로 시작하는 이 영상에서 LPGA 투어는 박성현에게 '기록 파괴자(Record Breaker)'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하면서 “남과 달라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를 롤 모델로 삼기 보다는 나만의 스타일로 경기를 하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던 당시 박성현의 캐디백에는 '남달라'라는 문구가 적혀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후 공격적인 스타일의 골프를 한다는 의미의 '닥공(덕치고 공격)'의 별명이 붙었고, KLPGA 투어를 평정한 뒤 진출한 LPGA 투어에서 ‘슈퍼 루키’로 불렸다. 여기에 '레코드 브레이커'가 추가된 셈이다.

LPGA 투어와 팬들의 예상처럼 박성현은 미국 진출 첫해에 LPGA 투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면서 세계 무대를 평정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퍼팅에 발목이 잡혀 비록 베어트로피(평균 타수 1위)는 놓쳤지만, 박성현은 로페스 이후 처음이자 LPGA 투어 역대 두 번째로 신인상, 상금왕, 올해의 선수 3관왕을 달성했다.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한 박성현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올해의 선수상에 대해 전혀 생각을 안 하게 됐는데, 데이비드(캐디)가 공동으로 수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를 해줬다”면서 “굉장히 얼떨떨하고, 한편으로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게 돼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극적으로 이 상을 얻긴 했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덧붙였다.

LPGA 투어 역대 낸시 로페스에 이어 신인상과 올해의 선수상을 함께 거머쥔 유일한 선수인 박성현은 “먼저,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감격해 하면서 “대단한 분과 같은 길을 걷게 돼서 골프 인생에 있어서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골프선수 박성현의 재조명

서울 유현초등학교 2학년 때인 2000년 어머니 권유로 처음 골프를 시작한 박성현은 현일중, 현일고를 거쳐 한국외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2012년 10월 KLPGA 투어에 입회, 2부 투어인 드림투어에서 상금 1위를 차지한 뒤 2014시즌부터 1부 투어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주변의 기대와 달리, KLPGA 투어 신인 시절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첫해에 24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을 반복하는 등 ‘3인방’ 백규정, 고진영, 김민선의 그늘에 가려졌고, 신인상 경쟁에서도 일찌감치 밀려났다.

박성현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15년부터다. 여러 차례 우승 문턱에서 돌아섰다가 결국 메이저 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컵을 품에 안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그해 KLPGA 투어 시즌 3승으로 상금 2위에 올랐다.

2016시즌은 박성현의 독주 시대였다. KLPGA 투어 20개 대회에 출전해 7승을 쓸어담고 시즌 상금 13억3,300만원을 쌓아 한국여자골프 사상 한 시즌 상금 최다 액수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 적수를 찾을 수 없었던 그는 틈틈이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LPGA 투어 7개 대회에서 세계 톱랭커들과 겨루어 상금 68만2,000달러를 벌어 2017년 L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LPGA Q스쿨이나 우승을 거치지 않고 LPGA 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는 박성현이 처음이었다.


화려한 데뷔 첫해 

미국 진출 당시에 이미 세계랭킹 톱10에 이름을 올렸던 박성현은 예정보다 다소 늦추어진 3월 HSBC 챔피언스에서 데뷔했다. 실적 감각이 무뎌졌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3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첫발을 디뎠다. 이후 3~4개월 동안 미국 본토 적응기를 거친 박성현은 7월 미국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짜릿한 역전으로 첫 우승에 성공했다.

1개월이 지난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시즌 2승을 달성한 박성현은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준우승 등 출전한 23개 대회에서 11회나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아울러 2006년 롤렉스 여자골프 세계랭킹이 도입된 이래 신인으로는 최초로 세계랭킹 1위의 영예도 안은 박성현은 초록색 캐디빕을 입은 캐디와 함께 중국 블루베이 LPGA 대회를 치렀다. 이번 최종전 선전에 힘입어 펑샨샨(중국)에 내줬던 세계랭킹 1위 탈환도 가능성을 부풀렸다.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초반에 버디 3개를 잡은 뒤 이후 파 행진을 벌인 박성현은 “나쁘지 않은 라운드였지만, 퍼팅이 아쉬웠다”면서도 “1, 2라운드 때 워낙 잘 쳐서 많은 기대를 갖고 계신 팬분들이 많았다. 나 또한 기대가 컸었다. 생각만큼 결과가 나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고, 내년에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박성현은 “매번 새로운 목표는 올해보다 나은 내년이 되자다는 것”이라면서 “정말 빨리 지나간 한 해였다. 여유가 없었지만, 되돌아보니 (나에게)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한 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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