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60타 최소타에 4승째…시즌 상금 10억원에 성큼

이정은6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세계랭킹 2위 박성현(24)이 1년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해 구름 갤러리를 불러모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총상금 7억원)에서 정작 대형사고를 치고 이목을 집중시킨 주인공은 박성현이 아니라 ‘무서운 대세’ 2년차 이정은(21)이었다.


가장 먼저 시즌 네 번째 우승 달성

전날 2라운드에서 12언더파 60타를 몰아쳐 14년간 깨지지 않았던 기존 KLPGA 투어 18홀 최소타 기록을 1타 낮춘 이정은은 당시 인터뷰에서 "나도 놀랐다"고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 몰아치기를 한 다음 날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마지막 날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야 할 지 걱정된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 산길·숲길코스(파72·6,628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이정은이 보여준 침착한 모습은 자신의 생각이 기우였음을 밝히면서 ‘이정은의 천하’가 열릴 조짐을 보여줬다.

이날 3타 차 단독 1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이정은은 버디 5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4타를 줄였다. 사흘 합계 18언더파 198타의 성적을 적어낸 그는 2위 배선우(24)를 3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시즌 네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주요 4개 부문 선두 자리 견고히

지난달 27일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우승 이후 1개월 만에 우승컵을 4개로 늘린 이정은은 상금, 대상, 평균타수, 다승 등 4개 부문 선두를 질주했다.

다승 부문에서 3승의 김지현(26)을 따돌리고 이정은이 가장 먼저 4승 고지를 밟았고,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보태면서 시즌 상금 1위(9억9,518만원) 자리를 견고히 다졌다. 2위 김지현과 격차를 지난주 1억3,700만원에서 2억3,800만원으로 더 벌렸다.
아울러 지금까지 김효주(2014년), 박성현·고진영(2016년) 세 선수밖에 넘지 못한 시즌 상금 10억원 돌파도 머지않았다. 2015년 5승으로 상금왕에 올랐던 전인지도 1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또 대상 포인트 경쟁에서도 2위 김해림(28)을 163점에서 197점으로 멀찍이 제쳤다.

특히 고진영(22)과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평균타수에서도 한숨을 돌렸다. 이번 대회 둘째 날 12언더파 60타를 몰아친 덕에 평균타수가 69.58타로 낮아지면서 2위 고진영과 차이가 0.01타에서 0.07타로 벌어졌다.

이정은은 2017시즌 22개 대회에서 출전해 한 번도 컷 탈락이 없는 꾸준함을 보였고, 다섯 차례 대회를 뺀 17개 대회에서 톱10에 입상했다. 톱10 피니시율 77.3%는, 2014년 김효주(22)가 78.3%로 세운 역대 최고 기록에 육박한다.

게다가 아이언샷의 그린 적중률은 3위(78.57%)에 오를 만큼 정확하고, 그린에서도 라운드당 평균 퍼트 3위(29.7개)로 정상급이다.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16위(252.04야드)에 페어웨이 안착률 16위(78.09%)로, 수준급 장타력과 정교함을 겸비했다. 한 마디로 눈에 띄는 약점이 없다.


김지현·허윤경 제압하고, 배선우 추격 따돌린 안정된 플레이

이정은은 우승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생각보다 빨리 4승을 달성한 데다 18홀 최소타 기록도 세워 잊을 수 없는 대회"라면서 "특히 베스트 샷을 친 다음날이라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는데, 그걸 이겨낸 것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공동 2위였던 김지현과 허윤경(27)이 챔피언조에서 이정은을 견제했으나 오히려 이정은의 흔들림 없는 플레이에 압도된 분위기였다. 김지현이 버디를 잡아 간격을 줄이면 이정은 역시 버디로 응수했다. 허윤경은 오히려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김지현이 2타 차로 따라붙자, 이정은은 2번(파3), 5번(파3), 7번홀(파5) 버디로 달아났다. 9번홀(파4)에서 이날 첫 보기가 나왔지만 흔들리지 않은 이정은은 11번홀(파5)에서 버디로 만회했다.
배선우가 2타 차 2위로 먼저 경기를 끝내자, 이정은은 15번홀(파5)에서 '투온'에 성공한 뒤 가볍게 버디를 낚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편 배선우는 4~8번홀 5개 연속 버디를 포함해 버디 9개를 잡아내고 보기 1개를 곁들여 8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둘러 시즌 세 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마지막 날 3타를 줄인 상금 2위 김지현은 동명이인 김지현2(26), 그리고 안시현(33)과 함께 공동 3위(14언더파 202타)에 올랐다.

3년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최나연(30)은 3타를 줄여 8언더파 207타, 공동 27위로 마쳤다.

한편 박성현은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7언더파 209타로 공동 34위에 머물렀다.

박성현은 대회를 마친 뒤 “굉장히 아쉬웠던 한 주였다. 매 라운드마다 샷과 퍼트 모두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면서 “그나마 많은 분들이 경기를 보러 와주셔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최종 3라운드에만 1만5,000여명의 관중이 들어차는 등 이 대회 사흘 동안 2만6,000여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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