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시즌 첫 승이자 KLPGA 투어 통산 8승

고진영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올해 상반기 우승이 없어 마음을 졸였던 고진영(22)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8번째 우승 사냥에 성공했다.

13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끝난 대회 마지막 날, 3라운드 최종 합계 17언더파 199타를 적어내 2위와 4타 차로 여유 있게 정상에 오른 고진영은 “멋진 한 주를 보냈고 굉장히 기분이 좋다. 후원사 대회라 우승하고 싶었는데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종 라운드 경기에 대해 고진영은 “사실 오늘 드라이버 적중률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두 번째 샷 지점이 러프에 있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공이 잠겨 있지 않고 항상 떠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몇 번의 위기 상황에서도 내 자신을 믿고 내 스윙을 믿었던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번의 우승으로 KLPGA 대상을 수상한 고진영은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출발했던 이번 시즌에서 상반기 동안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더욱이 작년과 비교해 올해 스폰서와 스윙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고진영은 "작년에는 대세였던 박성현 언니를 따라가는 입장이어서 내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가혹하게 투어 생활을 했다"며 "쫓아가던 상황에서 언니가 미국에 갔고, 조금 목표의식이 사라졌던 것도 있다. 또 올 시즌 초반부터 큰 기대를 받으면서 부담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3년 KLPGA 입문 이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고진영은 "4년 동안 인터뷰도 많이 하고 스케줄이 많아서 내 시간이 없었다"며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 그리 나쁜 성적이 아니었는데도 아무도 안 찾아서 시간이 너무 많더라"며 웃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이치라고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내 시간을 가졌고 그러면서 골프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며 우승 없던 상반기가 약이 됐다고 말했다.

또 대회 일주일 전에 가족들과 제주도에 와서 맛있는 것도 먹고 한라산 정상에도 올라갔다는 고진영은 13년만의 가족여행을 우승 원동력으로 꼽았다. 이를 통해 "좋은 기운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투어 생활을 하면서 지난 4년 동안 앞만 보면서 달려왔고, 상반기에 우승도 없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부모님이 함께 여행하자고 제안하셨다"며 "특히 한라산에 오른 날 날씨도 너무 좋아서 산 아래가 다 내려다보였는데, 상반기 힘들었던 시간이 생각났는지 풍경이 아름다워서였는지 눈물이 좀 났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큰 세계에 내가 혼자 여기 앉아있는데 내가 지금 죽으면 누가 날 알까, 사람은 이름을 남겨야 한다… 그런 생각도 했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할아버지 얘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던 고진영은 "할아버지께서 (작년) 통산 7승 했을 때까지만 해도 기억이 괜찮으셨는데 올해 초부터 큰 손녀인 저도 기억을 못하실 정도로 급격히 안 좋아지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골프 채널에서 내가 나오니 좋아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잘해서 많이 나와야 나를 기억하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하반기 첫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2라운드 '8개 홀 연속 버디 쇼'를 보여주며 화려한 부활을 알린 고진영은 이번 대회 승리로 하반기 거센 반격을 예고했다.

그는 “작년에 우승했던 BMW 대회와 메인 스폰서 대회인 하이트 대회에서 타이틀 방어를 하고 싶다”면서도 "골프는 정말 자만하면 안 되는 스포츠인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기본 스윙에 충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