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정신 없이 즐기면서 경기를 했습니다.”

12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파72·6,54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6억원) 둘째 날 '8개홀 연속 버디 쇼'를 선보인 고진영은 소위 말하는 '그분'이 오신 것 같았다. 12m 먼 거리 퍼트도, 그린 밖에서 시도한 칩샷도 치는 대로 홀로 빨려 들었다.

경기를 마친 고진영은 “언제 끝났는지 모를 정도로 후반은 즐겁게 쳤다”며 “행복한 하루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날 1라운드에서 버디 5개를 골라내 공동 8위에 올랐던 고진영은 이날 전반에 버디 없이 보기 2개로 부진했다. 하지만 후반 연속 버디에 힘입어 6언더파 66타를 적으면서 공동 2위(합계 11언더파 133타)로 치고 올라왔다.

대회 2라운드에서 11번홀부터 18번홀까지 연속 버디를 기록한 고진영은 KLPGA 최다 연속 버디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전·후반의 경기력이 180도 달라진 데 대해서 고진영은 "어제 친한 친구와 내기를 했다. 오늘 6언더파 이상을 치면 선물을 주겠다고 했는데, 전반에는 그 생각에 너무 얽매여 있어서 부담감 때문에 안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전반이 끝나고 나서 선물을 받긴 틀렸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며 “후반에는 예선 통과를 목표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버디 하나가 들어가니까 그 다음부터 경기가 잘 풀렸다"고 말했다.

이날 2번과 10번홀에서도 버디를 잡을 수 있었는데, 공이 홀을 살짝 외면하면서 파에 그쳤던 고진영은 “그 버디는 아까웠지만,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서 퍼트들이 들어가줘서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기존 연속 버디 기록을 서너 개 홀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고진영은 "이날 연속 3개 홀까지 버디를 했을 때에는 조금 부담도 되고 긴장도 됐는데, 연속 4개를 하고 나서는 내 플레이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3승을 거둬 박성현(24)을 제치고 KLPGA 대상을 받았던 고진영은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 18개 대회를 치르면서 우승이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았다.

현재 평균 타수 2위(70.07타)와 톱10 피니시율 3위(54.55%)에 올라 있고, 샷감도 좋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1위(88.2%), 그린 적중률은 2위(78.89%)다. 하지만 상금은 20위(1억3,379만8,090원)에 머물러 있고, 대상 포인트는 13위다.

고진영은 “다년간 투어를 뛰면서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았고, 또 받고 있다”며 “그래서 상반기에는 우승으로 보답하겠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어떻게 대처할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몰랐고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상반기에 우승만 없었을 뿐이지 나쁜 플레이는 아니었다"며 "단지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남은 기간 준비를 잘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예전보다 성숙하고 차분해진 플레이를 펼친 고진영은 “노하우도 분명 생겼다. 또 바뀌려고 스스로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 항상 변화를 추구하면서 그 속에서 좋은 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