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경기가 중단됐을 때 어제 다 못 본 영화를 봤어요. 40분을 보니 영화가 끝나서 완벽했습니다."

김인경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여유 있게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인터뷰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최종 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몰아친 비결을 묻는 말에 김인경은 "나도 이유를 알면 좋겠지만, 정말 모르겠다"고 웃으며 "(무심하게) 특별히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아마 그런 마음가짐이 오늘 잘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며 "상위권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그저 잘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오늘은 그게 결과로 잘 이어졌다"고 기뻐했다.

김인경의 이런 생각은 마지막 날 악천후로 대회가 중단됐을 때에도 고스란히 행동으로 나타났다.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6개를 잡아내 한때 5타 차 단독 선두를 질주했던 그는 후반 들어 5개 홀에서 파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15번홀(파4)에서 티샷을 한 뒤 경기 중단을 알리는 소리를 듣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김인경은 경기 중단 때 '더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의 영화를 봤다는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골프채널에서 일하는 고교 동창이자 친구와 함께 봤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중에 축하 문자가 오기도 했다고 밝힌 그는 "아직 우승하기 전이었지만, 당시 상황(선두)에 대한 축하였다"고 설명했다.

우승을 앞두고 김인경이 이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것은 그만큼 경기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스포츠에서 정신력 싸움은 아주 재미있다”며 “내가 수년간 운동하며 깨달은 것은 내가 누구인지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10m에 가까운 퍼트를 성공하기도 한 김인경은 "나는 페어웨이와 그린에 공을 올리고 퍼트하는 것이 꾸준하다. 그 상황이 극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꾸준함은 나의 강점이다. 이런 퍼트는 항상 나오는 게 아니므로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언급했다.

"1번홀에서 티오프한 게 벌써 20년 전처럼 느껴진다"는 김인경은 "정말 좋은 하루였다. 며칠간 아주 견고하게 경기했고, 오늘은 특히 퍼팅감이 아주 좋았다"고 돌아봤다.

김인경은 "(이전까지의 우승과 느낌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번 대회는 아주 특별했다. US여자오픈 직후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두 개의 메이저 대회를 잘 준비했다고 느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내가 못 쳤기 때문일 것이다”면서 “이번 주에는 내 최고의 경기를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확실하게 자신감을 얻었다는 김인경은 대회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지만 “코스에 적응하고 정보를 숙지하는 것이 잘 치는 비결”이라면서 남은 시즌 각오를 다졌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