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의 출전한 KPGA선수권대회 1R

양용은이 제60회 KPGA선수권 대회 1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올랐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최근에는 ‘예전에는 잘했었는데 왜 안되지’라는 조바심이 있고, ‘조금만 더 잘하면 우승도 하고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안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한국, 일본, 미국, 그리고 유럽을 누비며 11승을 쌓은 양용은(45)이 2010년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심정을 토로했다. 22일 경남 양산 에이원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이하 KPGA선수권대회) 1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나선 뒤 기자회견에서다.

양용은은 “보기 없이 경기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대로 돼서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며 “티샷이 두세 홀 정도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나머지 샷은 생각한대로 잘됐다. 그린에서도 퍼트감이 괜찮아 잘 풀렸던 하루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버디만 9개를 잡아내 9언더파 63타를 친 양용은은 “이런 스코어는 꽤 오래된 것 같다. 63타를 기록한 것은 3~4년이 된 듯하다”고 돌아봤다.

지난 2003년 제46회 KPGA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뒤 60주년을 맞이한 이 대회에 14년 만에 나선 양용은은 “KPGA선수권대회에서는 아직 우승이 없다. 오랜만에 이 대회에 출전했는데, 예전에 기억을 되짚어보면 그렇게 잘했던 기억이 없다”고 말하면서 “유러피언투어(BMW 인터내셔널 오픈) 출전을 포기하고 본 대회에 참가했다. 마지막까지 좋은 성적을 내서 KPGA 선수권대회 타이틀을 가져간다면 큰 영광일 것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에 ‘우승하러 왔다고 해석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양용은은 “구경하러 오지는 않았다”고 웃으면서 말하며 “우승하기 위해 왔다”고 강조했다.

“(더운 날씨에도) 체력적으로는 전혀 문제 없다”는 양용은은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미국, 유럽 등 대회장을 돌아다니면 예전과는 달리 시차 적응이 금방 회복되지 않는다.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도착해 바로 그 주 대회에서 뛰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번에는 지난주 화요일에 귀국해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양용은은 “한 경기 하려고 장시간 비행을 하는 게 이제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비행 시간을 고려해서 계획적으로 스케줄 정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용은은 1라운드에서 경기에 대해 “생각보다 핀 위치 수월했다. 코스 관리도 잘되어 있어 선수들이 경기하기에 최고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으면, 선수들 사이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성기 때와 비교해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밝힌 양용은은 “다만 전성기 시절에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경기를 해도 ‘무대포’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쉽게 쉽게 경기를 풀어가던 내 장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조바심과 부담감이 성적 부진의 원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요즘 들어 ‘예전에는 잘했었는데 왜 안되지’라는 조바심이 있다. ‘조금만 더 잘하면 우승도 하고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안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면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 부담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는 듯하다. 예전에는 내가 후배들에게 ‘들었다 툭 치면 되는 거야’라고 얘기했는데, 요즘에는 내가 그렇게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라면서 양용은은 올 들어 "마음을 내려놓는 중"이라면서 "어쩌면 오늘 경기 역시 마음을 내려놓은 덕분에 술술 풀리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지난 4월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컷 탈락했던 양용은은 "그래도 (마음을 내려놓는) 공부를 좀 해서 그런지 달라졌다"고 미소를 띄었다.

양용은은 한국 골프 역사에 빠질 수 없는 인물로, 2009년 PGA챔피언십을 제패했다. 아시아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선수는 지금까지 양용은뿐이다. 게다가 그는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메이저대회 최종일 첫 역전패를 안긴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최근 부상으로 주저앉은 타이거 우즈를 보고 느낀 점에 대해 묻자, 양용은은 “나이가 들면서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면서 자신도 2015년 겨울 디스크 판정을 받았던 경험을 밝혔다. 2015년부터 PGA 투어 카드를 잃은 양용은은 지금은 유럽투어를 주 무대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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