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 톰슨. 사진=LPGA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그 동안 골프계의 뜨거운 논란이었던 TV 시청자 제보에 의한 벌타가 제한된다.

미국 골프채널은 “세계 골프 규정을 관할하는 영국 R&A(영국왕립골프협회)와 USGA(미국골프협회)가 일명 ' 렉시 톰슨 룰'이라 불리는 규정 변경 내용을 26일(한국시간) 발표했다”며 “새로 도입된 이 규정은 즉시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이 골프 규정의 핵심은 ‘비디오 기술력’보다는 ‘선수의 정직성’에 더 무게를 두고 벌타 부과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 즉 비디오 재생 화면에서 선수의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규정위원회가 '이 위반 사실은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해당 선수는 벌칙을 받지 않게 된다.

이런 벌타 논란은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친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와 브리트니 랭(미국)이 연장 승부를 치렀다. US여자오픈은 16~18번 3개 홀 플레이오프 성적을 합해 우승자를 가리는데, 두 선수는 16번홀(파3)에서 파를 적어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그런데 17번홀(파4) 벙커에서 노르드크비스트가 백스윙하다가 모래를 살짝 움직인 것이 현장 카메라에 포착했다. 이는 고화질 확대 화면에서만 보였고,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 상황을 모르고 경기를 이어가던 노르드크비스트는 18번홀에서 경기 위원에게 2벌타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전달 받았다. 뒤늦게 받은 벌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전의를 상실한 노르드크비스트는 18번홀(파5)에서 보기를 내고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서는 벌타가 부과되지 않는다.

아울러 R&A와 USGA가 지난달 초 발표한 규정 변경안은 원래 검토 기간을 거쳐 2019년 시행하려고 했지만, 그 일부는 즉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공을 드롭하거나 마킹 후 다시 내려놓을 때의 경우 등 '정확한 위치 측정을 위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모든 행동을 했다'고 판단된다면 벌타를 부과하지 않게 된다. 이후 비디오 판독 등으로 해당 선수가 잘못된 장소에 공을 놓았다는 게 발견되더라도, 그가 최선을 다해 위치를 선정했다고 판단되면 벌타를 부과하지 않는다. 즉 선수의 양심에 따르겠다는 의미다.

R&A와 USGA가 이렇게 즉각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이달 초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미국의 에이스 렉시 톰슨이 메이저 우승컵을 놓친 데 영향이 크다.

마지막 날 단독 선두를 달리던 톰슨은 전날 3라운드에서 발생한 규정 위반에 의해 4벌타를 소급적용 받았다. 결국 톰슨이 4라운드 남은 홀에서 눈물을 흘리며 경기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생생하게 중계됐다. 이는 톰슨이 3라운드 17번홀 파 퍼트를 앞두고 공을 마크 후 다시 내려놓을 때 위치가 달라졌다는 시청자 제보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결국 톰슨은 연장전에서 유소연(27)에게 패했다.

규정위원회는 앞으로 톰슨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해당 선수와 같은 조에서 동반 플레이한 선수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선수가 공의 위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한 합리적인 모든 조치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 이 선수는 벌타를 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골프 전문가들 중에서는 시청자 제보와 스코어카드 제출 뒤의 벌칙 적용을 어떻게 다룰지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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