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개막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서 세계2위 주타누간과 격돌

왼쪽사진=리디아 고의 인스타그램. 주타누간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1년 전 이맘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을 제패한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세계랭킹 1위의 장기 집권을 예고했다. 그는 2015년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 연이어 2016시즌 첫 메이저 ANA 대회에서 우승, 투어 사상 최연소로 메이저 2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당시 세계랭킹 2위였던 라이벌 박인비(29)가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기에 승승장구하던 리디아 고의 적수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복병은 예상치 못했던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이었다.

당시 최종 라운드에서 여러 차례 역전패를 당했던 주타누간은 ‘새가슴’이라는 탐탁하지 않은 별명을 갖고 있었다. 2016년 3월 말 그의 세계랭킹은 53위. 리디아 고의 대항마로 거론되기에는 설익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여러 예상을 깬 주타누간의 기세는 위협적이었다. 작년 5월 LPGA 투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뒤 7월에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메이저 우승컵마저 들어올리며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8월에는 ‘리디아 고의 텃밭’인 캐나다 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세계랭킹 1위에 다가섰다. 결국 2016년 LPGA 투어 5승을 거두면서 리디아 고를 제치고 시즌 최다승은 물론,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CME글로브 보너스를 독식했다.
주타누간의 눈부신 활약 때문에 2014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리디아 고는 처음으로 연말 시상식에서 주요 타이틀 부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 시즌 초반 양상도 지난 하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리디아 고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리디아 고는 올해 5개 대회에 출전해 세계랭킹 1위다운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3차례 톱10 이내에 들었지만, 경기 내용면에서는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특히 지난주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KIA 클래식에서 컷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리디아 고가 지금까지 LPGA 투어 95개 대회를 치르면서 두 번째 컷오프였기에 팬들에게는 충격이었다.

공교롭게도 리디아 고의 ‘넘버원’ 자리가 흔들리는 시점에서 컷 탈락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그의 최근 메이저대회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 지난해 7월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는 직후 열린 브리티시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각각 공동 40위와 공동 43위에 머물렀던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주타누간의 상승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열린 6개 대회에 모두 출전한 강철 체력인 그는 준우승 두 번에 3위 한 번 등 여러 차례 우승을 다투었고, 4차례 상위 10위에 입상했다. 우승 없이도 KIA 클래식 이전까지 상금 랭킹과 올해의 선수 포인트 선두에 나섰던 주타누간은 최근 유소연(27)의 선전에 밀려 현재 상금 2위(36만6,000달러), 올해의 선수 2위에 올라 있다. 이에 비해 리디아 고는 상금 22위(10만6,000달러), 올해의 선수 20위다.

더욱이 35주 동안 세계랭킹 2위를 지킨 주타누간은 리디아 고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27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둘의 격차는 1.33점. 이번 주 ANA 인스퍼레이션 결과에 따라 둘의 세계랭킹이 뒤집어질 수도 있는 거리다.

주타누간이 우승하고 리디아 고가 5위 이하로 밀리면, 주타누간이 새로운 세계랭킹 1위가 된다. 하지만 주타누간이 우승해도 리디아 고가 준우승·3위·4위를 차지하면 세계랭킹 1, 2위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주타누간이 우승하지 못하면, 리디아 고는 성적과 상관없이 세계랭킹 1위를 지킬 수 있다.

올해와 같은 코스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 다이나쇼 코스(파72)에서 열린 작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리디아 고는 우승, 주타누간은 단독 4위를 기록했다. 4라운드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두 선수는 경험의 유무에 우승자가 갈렸다. 15번홀까지는 3타 차 단독 선두였던 주타누간은 마지막 3개 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적어낸 끝에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우승 경험이 없었던 주타누간이 스스로 무너진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누가 우승자가 될지 판단하기 힘들다.
괴력의 장타력으로 유명한 주타누간이 쇼트게임과 퍼트가 작년보다 안정감이 더해졌고, 정신력은 몰라보게 강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둘 외에도 한국의 쟁쟁한 선수들이 우승 후보로 손색없기 때문에 누가 챔피언이 되건 쉽지 않은 격전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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