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사진=KEB하나은행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스타 박인비(29)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식 멤버로 첫발을 내디딘 박성현(24)에게 조언 대신 "너무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골프여제'의 칭찬처럼, 박성현은 데뷔전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해 보였다.


성적과 경기력으로 보여준 월드클래스 경쟁력

'정식 회원 데뷔'라고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기대와 부담감을 떨치고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단독 3위라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더구나 여자골프 세계랭킹 20걸 중 일본 투어에서 뛰고 있는 이보미(29)를 제외한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대회에서의 값진 성과였다.

지난 3년간 LPGA 투어에는 박성현과 같은 거물급 '슈퍼루키'가 매년 첫선을 보였다. 2014년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를 비롯해 2015년 김효주(22), 그리고 지난해 전인지(23)는 박성현처럼 첫 등장부터 화제였다. 앞서 세 선수와 박성현의 차이라면, 정식 멤버가 되기 전에 LPGA 투어에서 우승을 기록했다는 것. 아마추어 최강자로 이름을 날린 리디아 고의 경우엔 2012년과 2013년 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2연패를 달성하는 진기록을 세웠고, 김효주와 전인지는 나란히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고 LPGA 무대에 입성했다. 

공식 데뷔전 성적은 박성현과 전인지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잘했다. 지난해 신인이었던 전인지는 공동 3위로 코츠 챔피언십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리디아 고는 2014년 바하마 클래식에서 공동 7위로 무난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첫 대회를 마쳤고, 공식 데뷔를 앞둔 연말 시력 교정 수술을 받았던 김효주는 2015년 혼다 타일랜드에서 공동 23위로 첫인사를 했다.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당시 김효주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였다.

박성현이 더 눈에 띄는 것은, 나흘 연속 4타씩을 꾸준히 줄였다는 점이다. 3라운드까지 평균 퍼트수 26.3개로 막아냈고, 매 라운드마다 5개 이상의 버디를 기록하는 등 수치상으로도 흠 잡을 데 없는 경기를 펼쳤다. 박성현 본인도 첫 대회에서 자신에게 80점을 주면서 "80점이면 잘 한 것이다.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이라고 자평했다.
지난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평균 타수 1위(69.64타)에 올랐던 박성현은 이번 싱가포르 대회에서 평균 타수 68타를 쳤고,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LPGA 투어 이 부문 시즌 1위에 이름을 내걸었다.


확실한 '박성현 표' 스타일로 차별화

박성현의 골프 스타일은 기존 한국 간판선수들과 다르다. 정교하고 침착한 골프를 하는 박인비나 전인지, 김효주 등과 달리 시원시원한 장타와 '닥공(닥치고 공격)' 스타일을 앞세운다. 싱가포르에서 박성현의 백을 메고 처음 대회에 나선 베테랑 캐디 콜린 칸은 "종종 지나치게 공격적이더라"고 고개를 저었을 정도로 보는 사람을 애태운다.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승부사 기질이 있는 김세영(24)이나 장하나(25)에 가깝다.

다른 선수와 비슷하다는 걸 싫어하는 '남다른' 박성현은 그러나 LPGA 데뷔전에서 특별히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 "늘 하던 대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 진출 전부터 '박성현 스타일'을 유지해 자신의 존재를 세계 무대에 각인시키겠다고 밝혔던 그의 포부처럼, 박성현은 첫 대회부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팬들이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는 그는 "LPGA 투어에 왔다고 해서 굳이 내 스타일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사전 경험과 철저한 준비

박성현은 미국 진출을 앞두고 '올해는 신인왕, 그리고 4년 안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겠다'는 당찬 목표를 밝혔다. 이미 신인왕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고, 이런 기세라면 '넘버원'에 오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데뷔전이었지만, 나흘 동안 여러 최정상급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며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사전 경험과 철저한 준비 때문이었다.
2015년 한국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9번째 LPGA 투어 출전이었던 박성현은 "낯설지는 않다. 작년에 7번이나 뛰어봐서 그런지 어색한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이미 낯을 익혀둔 덕에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이나 미셸 위(재미교포) 등 동반자들과도 편하게 대했다. 1라운드 직후에는 "전인지, 주타누간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며 편하게 경기했다"고 말했고, 3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오늘 같이 경기한 미셸 위 언니가 한국어로 말을 건네면서 잘 대해줘 편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한국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 우승으로 갑자기 신데렐라가 된 선수들이 철저한 준비 없이 미국에 갔다가 몇 년간 우승 없이 고전하다 돌아온 사례는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 박성현은 '똑똑한 선택'을 했다. 1년 전부터 KLPGA 투어 시즌 초반 시간을 활용해 LPGA 대회에 출전해 분위기를 익혔고, 메이저대회에 나서 이름을 알렸다.
아울러 미국 진출에 앞서 대규모 매니지먼트사와 손잡아 시스템적인 뒷받침을 마련했고, 프로로서 최고의 몸값을 키워 '역대급 후원 계약'이라는 든든한 경제적 지원 속에 미국행을 택했다. 마치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움직인다.


물론 박성현이 박인비, 리디아 고처럼 최정상급 선수로 가려면 기량이나 경기 운영, 그리고 골프 외의 영어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다만 이번에는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데 초점을 맞춘 핑크빛 전망에 초점을 맞췄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