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자체가 제 골프인생 중 하나의 전환점"

박인비(29)가 지난 8일 의류 후원사의 홍보 행사 겸 우승 기념 팬 사인회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와이드앵글.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지난 5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우승컵을 들고 금의환향한 '골프여제' 박인비(29)가 오는 12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1주일 정도 보내는 시간 동안, 지난 8일에는 의류 후원사의 홍보 행사 겸 우승 기념 팬 사인회에 참석했다.

이벤트가 끝난 뒤 열린 인터뷰에서 박인비는 올림픽과 메이저대회에 대한 목표, 올해 한국 대회에 출전할 계획, 지난 싱가포르 대회와 퍼팅 비결 등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작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불굴의 금메달을 따낸 박인비는 이후 손가락 부상이 악화돼 6개월 동안 일체의 공식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오랜 기간 치료와 재활로 제 컨디션을 회복한 박인비는 드디어 지난달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 대회를 통해 코스로 돌아왔고, 복귀 두 번째 대회를 제패하며 16개월 만에 승전보를 전했다.
 
박인비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에 대해서는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그때 제가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래도 도전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는 메이저대회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박인비는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2015년 박인비가 브리티시 여자오픈마저 석권하며 남녀 통틀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4개 메이저대회에서 한번 이상씩 우승)'을 달성했을 때, 그러나 일부에서는 2013년부터 메이저로 승격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LPGA 투어는 박인비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분명히 밝혔고, 5개의 여자골프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했을 때에는 '슈퍼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는 언급했다.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과 별개로, 에비앙 챔피언십이 메이저 대회로 승격하기 이전인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다. 박인비는 "많은 분께서 에비앙 챔피언십도 우승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저도 메이저 승격 이후에도 우승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코스가 저와 잘 맞는 편은 아니라서 쉽지 않겠지만, 역시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대회 7승을 포함해 LPGA 투어에서만 18승을 거두는 등 세계 여자골프를 평정한 박인비는 그러나 정작 국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우승이 없는 점은 매년 돌아오는 숙제다. 이에 대해 그는 "올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8월11~13일)와 KB금융 스타챔피언십(10월19~22일) 등 두세 개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국내 팬 여러분 앞에서도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기원했다. 박인비는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국내 대회에 출전해 상위권의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싱가포르 대회 마지막 날 어려운 라이에서도 쏙쏙 홀에 떨어져 우승의 원동력이 ㄸㅙㅆ던 퍼팅에 대해 박인비는 "그날은 제 능력의 99%를 발휘한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하며 "1·2라운드에서는 제 기량의 70%, 3라운드 때는 60% 정도가 나왔다. 매일 그 대회 최종 라운드처럼 퍼트가 잘 될 수는 없겠지만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큰 대회에서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퍼트를 잘하는 비결에 대해서 박인비는 "집중력이다. 물론 타고난 감각이나 라이를 잘 보는 부분도 있겠지만, 퍼트가 잘 되는 날에는 집중력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답하며 "사실 퍼트는 너무 깊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퍼트는 내가 잘 쳐도 홀이 공을 외면할 때도 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걸 왜 안 되는지 고민하다 보면 오히려 더 안 풀리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16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파운더스컵에 출전하는 박인비는 "사실 지난해 하반기에 부상으로 공백이 길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다시 예전의 골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우승을 통해 그런 문제를 해결했고, 열심히 준비한 동계 훈련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박인비는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라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이번 시즌 자체가 제게는 골프 인생의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우승으로 얻은 자신감을 계속 이어가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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