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컴퓨터 퍼팅과 송곳 아이언을 앞세운 '골프 여제' 박인비(29)가 부상에서 돌아온 지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거두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박인비는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탄종 코스(파72·6,68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총상금 150만달러)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1개를 묶어 8언더파 64타를 몰아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67-67-71-64)의 뛰어난 성적을 거둔 박인비는 2위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의 거센 추격을 1타 차로 뿌리치고 역전 우승했다. 2015년 이 대회 챔피언이기도 한 박인비는 2년 만에 대회 정상 탈환에 성공하며 LPGA 투어 개인 통산 18승을 달성했다.

최종 라운드 공동 5위로 출발해 5번홀(파5)과 6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로 시동을 건 뒤 8번홀부터 12번홀까지 무려 5개홀 연속 버디를 뽑아내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후 17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뽑아낸 박인비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여파로 보기를 적어낸 게 다소 아쉬웠다.

박인비는 골프 역사에 깨지기 힘든 굵직한 대기록은 물론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석권하면서 남녀를 통틀어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메이저 대회(통산 7승)에서의 집중력과 승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작년에는 LPGA 명예의 전당 최연소 입회 등 골프인생 최고의 해를 보냈다.

그런 '대단한' 박인비이지만, 부상이라는 벽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보통 사람이었다.

2016시즌 초반부터 재발된 허리 통증과 여기에 손가락 인대 부상이 겹치면서 지난해 LPGA 투어 단 10개 대회에만 나설 수 있었다. 그나마 4라운드를 완주한 대회는 5개밖에 되지 않아 시즌 상금 순위는 69위(25만3,000달러)에 그쳤고, 이번 대회 직전까지 세계랭킹은 12위로 밀렸다.

오랜 기간의 치료와 재활을 거쳐 8개월 만에 LPGA 투어 팬들 곁으로 돌아온 박인비는 "골프를 시작한 이래 이번처럼 오래 쉬어본 적이 없었다"면서 "경기에 나서기에 충분한 몸 상태를 되찾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그동안의 심정을 진솔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실전에서 박인비는 강했다. 지난주 혼다 LPGA 타일랜드 첫날 복귀 라운드에서 이글과 더블보기 등을 적어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를 펼쳤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안정된 샷감을 되찾으며 최종 공동 25위로 워밍업을 끝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는 첫날부터 분위기가 좋았다. 정확한 롱게임으로 공동 2위에 올랐고, 2라운드에서는 퍼팅감이 살아나면서 버디 7개를 몰아치는 등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부풀렸다. 전날 비가 오는 상황에서 진행된 3라운드에서는 퍼트 난조로 주춤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신들린 퍼팅감이 되살아나면서 내리막 퍼팅도 홀에 쏙쏙 빠뜨렸다.

4라운드에서 티샷은 14차례 모두 페어웨이에 안착했고, 아이언 샷은 마지막 홀에서 단 한번 그린을 벗어났다. 그린 적중률은 94.4%. 퍼트수는 27개를 써냈다.

한편 박성현(24)과 미셸 위(재미교포), 리디아 고(뉴질랜드교포)가 편성된 챔피언조는 마지막 홀을 남기고 뇌우 경보로 경기가 중단됐다. 챔피언조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박인비의 우승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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