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박세리(39·하나금융) 감독이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골프한국] 116년 만에 부활한 올림픽 여자골프 종목에서 '따뜻한 리더십'을 앞세워 후배 박인비(28)의 금메달을 일궈낸 박세리(39·하나금융) 감독이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올림픽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박세리는 선수로서 직접 출전하는 것과 감독으로서 대회를 치르는 것의 다른 느낌, 금메달을 딴 박인비에 대한 생각 등을 진솔하게 들려줬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으로부터 '한국의 아널드 파머'라는 극찬을 받은 박세리는 지난달 US여자오픈을 끝으로 18년간 정들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생활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한국 골프는 '박세리 이전'과 '박세리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그가 한국 골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어떤 이들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실제로 리우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펑샨샨 등 중국여자골프가 급성장한 데에는 박세리의 영향력이 크다. 또 이번 올림픽에서 뜻밖의 선전을 보였던 인도의 아디티 아쇼크는 "박세리 감독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박세리로 인해 한국의 골프가 확 바뀌었지 않느냐"고 얘기하면서 "나도 박세리와 같은 역할을 인도에서 하면서 많은 유망주가 나오도록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일찌감치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1998년 미국으로 진출한 박세리는 데뷔 첫해 5월 메이저 대회 LPGA 챔피언십, 7월에는 US여자오픈을 연달아 제패하며 골프를 국내에서 단숨에 '인기 스포츠' 반열에 올려놨다. 특히 1998년 US오픈에서 태국계 미국인 제니 추아시리폰과 20홀 연장 승부를 벌이며 워터 해저드에 양말을 벗고 들어가 ‘맨발 샷’을 날리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안겼다.

이후 미국과 일본 등 세계적으로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최나연(29)과 박인비, 신지애(28) 등은 모두 ‘세리 키즈’의 대표적인 선수다.

그런 ‘영원한 여제’ 박세리가 선수로서 정들었던 무대를 떠나 첫 도전한 역할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 감독이다.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오랫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에이스’ 박인비가 고심 끝에 올림픽 출전 의사를 밝혔을 때 가장 기뻐했던 사람이 박세리였다. 당시 그는 "박인비의 올림픽 출전 소식을 듣고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며 "물론 성적도 중요하지만 박인비가 출전한다는 것으로도 대표팀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비의 금메달이 확정됐을 때, 펑펑 우는 장면이 큰 화제가 됐던 박세리 감독은 "박인비의 플레이 스타일은 나와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침착한 모습으로 하나하나 실수 없이 만들어가는 과정이 존경스럽다"며 "금메달을 땄기 때문이 아니라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고 대한민국을 이끌어주는 주자가 돼 줘서 고마웠다"고 극찬했다.

박 감독은 "선수였다면 올림픽 출전 욕심이 컸겠지만, 후배들을 바라보는 자리에서 함께 한 것도 큰 의미였다"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또 전성기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오로지 금메달이 목표였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후배들보다 더 잘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선수 한 명이 아니라 박인비, 양희영(27), 김세영(23), 전인지(22) 우리 여자 선수 네 명을 모두 다 믿었다"는 박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앞으로 후배들이 운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고 덧붙였다.

선수들보다 일찍 리우에 도착해 올림픽을 준비한 박세리 감독은 대표선수들에게 따뜻한 엄마, 언니와 같은 리더십을 관심을 집중시켰다.

"올 초부터 우리 대표팀은 올림픽 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이 정말 컸다"고 말한 박 감독은 선수들의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김치찌개, 부대찌개 등 한국 음식을 후배들에게 직접 요리해준 것은 물론이고, 매일 직접 고른 과일을 아침마다 나눠주기도 했다. 매니저 역할을 자청한 박 감독은 그러나 "그렇게 한 끼 정도 밥을 먹는 거야 도움이 되겠느냐"며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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