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귀국…7일부터 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출전

3일(한국시간)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제패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사진=와이드앵글
[골프한국] 카리스마가 느껴져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좋아한다는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끝난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제패, 골프 역사에 영원히 빛날 대기록을 작성한 그가 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의 박인비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귀국 소감을 시작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 그 다음의 목표,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쳄피언십에 대한 각오(이 대회까지 석권하면 슈퍼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음),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대한 목표….

그 많은 이야기들 중 가족에 대한 애틋함, 그리고 박인비 본인의 예상보다 2~3년 이르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던 교훈이 특히 와 닿았다.

박인비가 여러 번 언급했듯이, 그가 프로골퍼의 길을 걷게 된 데에는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영향이 막대했다(물론 한국에서 골프선수를 둔 대부분의 부모님이 그러하겠지만). 가족의 아낌 없는 지원에 미국으로 골프 조기유학을 떠났고 골프선수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을 수 있었다. 남편도 잘 만나 박인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그의 우승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남편 남기협 씨를 만난 이후 '일장월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박인비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이유다. 올해 브리티시오픈에 나서는 박인비를 응원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는 가족들이 함께했다. 박인비는 "부모님은 6월 PGA 위민스 챔피언십 때도 오셨는데, 오실 때마다 우승했다. 또 남편은 항상 나보다 세 배의 노력을 기울여준다"면서 "그래서 나는 노력한 것에 비해 항상 세 배의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삼수' 끝에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했다. 10~20년간 도전했다가도 은퇴하는 선수들도 즐비한 데 비하면 박인비가 경험한 두 번의 실패는 (미안하게도) 참 가볍게 느껴진다. 그러나 박인비가 그 두 번의 실패에서 느낀 깨달음은 단지 골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교훈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바로 인내심과 욕심에 대한 컨트롤(조절력)이다.

그가 2013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올해보다 몇 배 더 희귀한(혹은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LPGA 투어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은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박인비는 2·3라운드에서 공이 제대로 맞지 않자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듯했다. 마지막 날에는 처참하게 무너졌고 결국 공동 42위까지 밀려났다. 박인비는 이때 깨달았다. 보기를 몇 번 거듭하다 보면 우승권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러면 집중해서 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영국 링크스 코스의 특징을 잘 안다면 인내심이 얼마나 중요한가. 결국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작년에는 욕심이 앞섰다. 욕심이란 게 적당하면 동기 부여라는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이성을 잃게 만드는 독이 된다. 박인비는 마지막 날 선두로 나섰지만 스스로 무너졌다. 3라운드에서 그린 적중률 100%였는데 4라운드에서는 50%로 떨어졌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이번 브리티시오픈 직전에 출전했던 마이어 LPGA 클래식 마지막 날 샷감이 떨어진 게 결과적으로는 박인비가 욕심을 버리는데 도움을 준 역할을 했다.

한편 박인비가 이번에 귀국한 것은 단순한 휴식 차원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열리기 시작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8월7일~9일)를 비롯한 후원사 대회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이날 오후에 제주도로 향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박인비는 "애완견이 있는데 나이가 많아서 한 번 보고 가고 싶어서 집에 들렀다가 가기로 했다"고 일정을 소개했다. 이번 주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가 없다. 그는 포틀랜드 클래식(8월13일~16일)은 출전하지 않고, 캐나다오픈(8월20~23일)부터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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