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투어 메이저대회 BMW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안병훈(24)이 28일 개막하는 아일랜드 오픈에 출전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샷 대결을 벌인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한국 여자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최강자로 그린을 휩쓸고 있는데 반해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남자선수들의 우승 소식은 접하기 힘들어졌다. TV 중계를 봐도 낯익은 한국선수들의 모습을 찾기 힘들어졌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크게 활약하고 있는 LPGA 투어 쪽으로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국내 팬들에게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는 PGA 투어보다 더 익숙하지 않는 무대다.

25일(한국시간) 유럽투어 메이저대회인 BMW PGA챔피언십에서 안병훈(24)이 우승했다는 소식은 남자 골프 스타의 기근에 시름하고 있는 한국 골프계에 희망으로 떠올랐고, 팬들에게는 유럽투어에 관심을 갖게 만든 기회를 제공했다. 또 불모지를 개척하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선 '피겨 여왕' 김연아처럼 안병훈은 유럽투어에서 한국 골프의 새 역사를 만들고 있다.

골프의 발상지는 유럽이지만,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골프도 경제적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즉 돈이 몰리는 곳에 실력 있는 선수들이 모여 들고, 정상급 선수들이 많으니 후원사들도 늘어나는 순환 구조를 이어간다. 그런 면에서 유럽투어는 PGA 투어에 밀린다. 아울러 유럽투어의 시즌 일정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의 매주 국경을 넘나들며 대회가 열린다. 선수로서는 이동 거리나 시간, 체력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비롯해 3위 헨릭 스텐손(스웨덴), 6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7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은 유럽과 미국 투어를 병행한다. PGA 투어가 매킬로이가 아닌 조던 스피스나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을 띄우려는 이유에는, 꼭 자국 선수를 원해서라기보다 매킬로이가 PGA 투어에만 전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양다리'를 걸친다는 것. 그러나 선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두 개의 투어 병행이 가능한 것은 PGA와 EPGA에 겹치는 굵직한 대회들 때문이다. 4개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3개 대회는 미국과 유럽투어가 공동으로 개최한다. 매킬로이가 시즌 상금에서 현재 PGA 투어에서는 2위, 유럽투어에서는 1위에 오를 수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안병훈은 처음부터 유럽투어를 목표로 잡은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최종 목표는 PGA 투어'라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프로 전향 후 '바늘구멍보다 좁은'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차선책으로 유럽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성공적인 셈이다. 실력 있는 다국적 선수와 좋은 코스가 많아 PGA 투어로 본격 진출하기 전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또 세계 랭킹을 50위 안으로 끌어올리면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PGA 투어 대다수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생긴다. 이번 우승으로 안병훈은 올 시즌 US 오픈과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2009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을 때 매킬로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타이거 우즈(미국)를 이을 '차세대 골프황제' '골프 신동'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안병훈. 그가 이처럼 세상에 당당히 이름을 알리기까지는 본인의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을 지도 모른다. 프로 전향 이후 한참 동안 무명 선수로 눈물 젖은 빵을 씹었던 안병훈의 유럽투어 우승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팬들이 열광하는 것보다 담담하다. 이번 주 매킬로이의 고향인 북아일랜드에서, 매킬로이가 주최하는 아일랜드 오픈에 출전하는 안병훈은 매 대회 그렇듯이 다음 대회의 최우선 목표도 컷 통과일 뿐이다. 그가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처럼 꾸준히 정진한다면 PGA 투어 우승을 거두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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