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디지북 안보는 이유 "내가 아직 실력이 안되기 때문"
한일 양국 장타 1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활약하고 있는 허인회(27)가 군복무 후 미국 PGA 투어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밝혔다. 사진은 2014년6월29일 KPGA투어 군산CC오픈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병역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PGA투어)에 가는 것은 죄를 짓는 기분이 듭니다."

23일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막을 내린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는 일본 남자골프의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한 마쓰야마 히데키(22)의 역전 우승으로 끝났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한 뒤 올해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JGTO의 특급대회인 던롭 대회에서 당연히 마쓰야마가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일본 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단독 5위에 오른 허인회(27·JDX)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허인회는 원색과 화려한 무늬의 골프웨어를 즐겨 입어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멋쟁이 실력파', '게으른 천재', '4차원 골퍼' 등의 별칭처럼 외모만이 아니라 그의 독특한 골프 스타일은 종종 화제를 모은다. 허인회는 이번 대회 3라운드에서 가시덤불에서 샷을 하다가 장갑이 찢어지고 손등에 피가 나는 부상을 당했다. 손가락 통증이 너무 심해 클럽을 제대로 잡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마쳐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아 진통제를 먹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허인회는 프로 골퍼의 필수품인 '야디지북'을 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디지북은 대회 코스의 전장과 그린의 경사, 해저드의 위치 등을 자세히 소개한 책자로 선수들은 연습 라운드 때 코스를 돌면서 메모를 한 뒤 실전 라운드에서 이를 활용한다. 허인회는 야디지북을 안 보는 이유는 "내가 아직 실력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디지북에 그린까지 몇 야드가 남았다고 돼 있더라도 매샷의 정확도가 이를 따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저는 매번 샷을 해도 똑같이 같은 자리에 공을 떨어뜨릴 실력이 되지 않아요. 야디지북에 빽빽이 메모를 했다가 거기에 맞춰 샷을 하지 못하면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코스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번 대회에 첫 출전한 허인회는 "자주 경기한 코스는 뜻대로 경기가 안 풀리면 경기를 망치기 때문에 오히려 처음 치는 코스가 더 좋다"며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올해 허인회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승수는 추가하지 못했지만 6월 열린 군산CC 오픈에서 사흘 연속 선두를 달리며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비록 대회 마지막 날 주흥철(33)에게 우승컵을 넘겼지만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달 초 끝난 헤럴드·KYJ 투어챔피언십에서는 타이틀 방어에 나섰지만 3위의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허인회의 올해 가장 큰 수확은 일본투어 도신 토너먼트에서 28언더파 260타로 우승해 '일본골프의 전설' 점보 오자키가 세운 최다언더파(26언더파) 기록을 갈아치운 사건이다.
코스레코드를 여러 차례 기록한 전력에서 볼 수 있듯이, 허인회는 한 번 불이 붙으면 몰아치는 스타일이라 대회 성적은 꾸준하기보다 기복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일까? 허인회는 이번 대회 3라운드에서 마쓰야마와 '미국의 영건' 조던 스피스(21)와 같은 조에서 경기하며 자신보다 5∼6살 어린 두 선수의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마쓰야마나 스피스는 1번홀 티샷부터 18번홀 마지막 퍼트까지 모든 샷을 신중하게 아껴 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 양국 투어 장타 부문 1위를 기록한 허인회는 시즌이 끝난 코리안투어에서는 평균 비거리 296.786야드로 장타왕에 올랐고,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은 일본투어에서는 299.95야드로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는 "비거리 부문에서 나와 같은 체격의 선수와 견주어 누구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JGTO 시즌 상금 순위 13위(5,193만 엔)다.

PGA 투어 도전에 대해 허인회는 "병역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 시기는 군대를 다녀온 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8일 국군체육부대 입대 대상자에 올라 있는 상황이라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곧 군대에 가야 하지만, 그 전까지 일본프로골프 2014 시즌은 2개 대회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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