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 김효주

김효주(19)와 캐리 웹(호주)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4라운드 18번홀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위)김효주의 버디퍼트가 들어가고, (중간)웹의 파퍼트가 홀을 빗나가고, (아래)우승을 확정한 뒤 웹과 포옹하는 모습이다. 사진출처=에비앙 챔피언십 유투브 동영상 캡처
[골프한국] 15일(한국시간) 새벽 프랑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김효주(19·롯데)의 부모를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19세 어린 나이에 전 세계 골프계를 뒤흔들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실력 때문이 아니다. 우승 상금 48만7,500달러(약 5억417만원)와 부상으로 받은 고가의 롤렉스 시계 때문도 아니다. 누구 앞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김효주의 반듯한 태도 때문이다. (선천적인 조건들을 제외한다면) 예의 바르고 성실한 자세,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 마인드 등이 지금의 김효주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1타 차 2위로 마지막 18번홀(파4)에 들어선 김효주는 과감하고 정교한 두 번째 샷과 흔들림 없는 퍼트로 마지막 버디를 극적으로 잡아냈다. 이어 연장전으로 갈 수 있는 캐리 웹(40·호주)의 파 퍼트가 빗나가고 김효주의 우승이 확정됐지만 김효주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때 캐디 고든 로완(스코틀랜드)이 작은 목소리로 "네가 이겼어"라고 말해줬다. 하지만 우승을 실감할 수 없었던 김효주는 "아직 아닐 걸요?" 정말요?"라며 웃음을 보였고, 로완이 "진짜 맞다"며 재차 확인해주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김효주는 우승의 기쁨에 펄쩍 뛰고 큰 소리로 환호하는 대신 '대선배' 웹이 보기 퍼트로 경기를 마무리하기 전까지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 우승을 확정하고 웹과 포옹할 때는 경기 내내 벗지 않았던 선글라스를 벗고 예의를 갖추었다. 

그러고는 18번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갤러리들을 향해 여러 번 방향을 바꾸며 90도 폴더 인사를 했다. 에비앙 챔피언십의 전통대로 우승자의 국기가 하늘에서부터 전달되자 김효주는 대형 태극기를 두르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정신 없는 상황 속에서도 태극기가 땅에 쓸릴까 신경쓰는 모습이 엿보였다. 우승 트로피와 여러 부상을 받으면서도 관계자들에게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느라 바빴다. 어린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우쭐해 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김효주는 박세리·박인비를 잇는 한국 골프의 '에이스'로 통한다. 여섯 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 육민관중학교 시절부터 프로 대회에 초청 받을 정도로 '신동'으로 불렸지만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프로로 전향하면 연습량을 줄이는 선수들과 달리 김효주는 하루 종일 연습에만 매달리는 연습벌레로도 유명하다.

김효주의 성실함이 딸을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하는 아버지에서 비롯됐다면, 경기 도중 보기를 하더라도 다음 홀에서 훌훌 털어버리는 성격은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경기 내내 '버디는 기쁨, 파는 평온, 보기는 집중'을 되뇌는 김효주는 멘탈 게임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버디를 잡았을 때는 기뻐하되 자만하지 말고 파를 지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온을 유지하며 보기를 범했을 땐 실망하지 말고 다음 홀부터 집중하라는 뜻이다.

김효주의 에비앙 챔피언십 제패는 국내 골프팬들뿐만 아니라 골프를 하지 않는 전 국민에게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그만큼 그가 앞으로 미칠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김효주는 18일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메트라이프·한국경제 제36회 KLPGA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