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비가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먼로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시즌 두 번째 우승이자 올해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사진은 2013년10월18일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1R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은 브리타니 린시컴(29·미국)의 차지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추격자 박인비와 2타 차이로 선두를 지키고 있던 16홀을 마쳤을 때까지만 해도 린시컴의 우승은 거의 확실시되었다. 박인비(26)와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17)가 인내심을 갖고 추격전을 펼쳤으나 17홀에 이르렀을 때 리디아의 기회는 비켜갔고 박인비에게도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18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먼로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지막 라운드 내내 여유를 보이며 얼굴이 싱글벙글 했던 린시콤은 메이저 첫 우승을 예상하며 사랑하는 딸과의 감격적인 포옹을 머릿속에 그릴 만 했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객관적 이유가 있었다. 키 178cm에 팔뚝이 웬만한 여성의 허벅지와 다름없는 우월한 신체조건, 박인비와는 30~40야드의 차이가 나는 장타력에 높은 페어웨이 안착률, 지난 3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켜왔다는 자신감, 주니어 시절 3차례 챔피언 타이틀을 따고 2005년 LPGA투어에 뛰어든 뒤 2011년까지 5승을 기록한 노련함 등 그의 첫 메이저 우승을 담보할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나 골프의 결과는 마지막 홀 장갑을 벗을 때까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법.
사실 나는 박인비가 16홀에 이르렀을 때(선두와의 차이는 2타) 어쩌면 앞으로 린시콤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가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었다. 하필 이 순간에 골프의 신화 진 사라젠(1902~1999, 뉴욕 출생, 캐디로 시작해 92세까지 골프를 즐겼으며 22세에 메이저 타이틀을 34개나 차지한 골프의 전설, 1940년 USPGA 명예의 전당에 헌액)의 명언이 떠올랐을까.
“골프에서 방심(放心)이 생기는 가장 위험한 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이다.”
나는 린시컴에게서 지금껏 만사가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에게서 그럴 만한 요소가 많이 보였다. 탁월한 신체조건과 장타이면서 높은 페어웨이 안착률을 갖춘 데다 그때까지 위기는 거의 닥치지 않았고 함께 라운드 하는 스웨덴의 수전 페테르센이 난조를 보이면서 그는 그야말로 순풍에 돛단배였다.
단지 불행이라면 박인비나 리디아 고가 그의 동반자가 안 되었다는 점이다. 만약 박인비나 리디아 고가 그의 동반자였다면 ‘싱글벙글’ ‘룰루랄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워낙 흔들림이 없고 탁월한 평정심의 소유자들이라 자신도 겸허하고 침착한 자세를 견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LPGA투어 동료들로부터 ‘침묵의 암살자’란 별명까지 듣는 박인비와 함께 라운드 한다면 언제 암살당할지 모르니 조심할 수밖에.
그런데 불행히도 그의 동반자는 수전 페테르센이었다. 바이킹의 피를 물려받은 페테르센은 타고난 전사다. 난청 탓에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기 힘든 탓도 있지만 그는 감정 기복에 따라 플레이도 춤춘다. 첫 홀부터 더블보기를 하면서 감정의 격량에 휩싸인 페테르센은 네 타를 잃으며 무너졌다. 겨우 한 타 밖에 줄이지 못했지만 페테르센에 비해선 린시컴은 너무 잘 나가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의 경쟁자가 동반자 페테르센이 아닌 박인비나 리디아 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내 예측대로 어김없이 린시컴에게 위기는 찾아왔다. 박인비가 17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한 타 차이로 좁힌 후 린시컴은 18번 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하면서 연장전을 자초했다.
연장전 돌입이 결정되는 순간 사실상 승패는 갈라졌다고 봐야 한다. 박인비는 지금껏 해왔듯 자신의 리듬대로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면 되었지만 2타 차이를 못 지킨 린시컴은 이에 대한 자책과 함께 눈앞에 다가온 메이저 첫 우승의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어깨를 짓누를 게 뻔하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연장전에서 아니나 다를까 린스컴은 투온에 실패하고 3온 후 파 퍼팅에도 실패, 안전하게 파에 성공한 박인비에게 메이저 타이틀을 넘겨야 했다.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가 2연패를 달성하고 지난 주 이미림 우승에 이어 태극낭자가 2주 연속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을 맛보긴 했지만 거의 우승을 다 잡은 린시컴이 조용히 인내심을 갖고 지혜와 냉정으로 무장한 늑대처럼 추적한 박인비에게 기회를 주어 끝내 역전패를 당하는 광경은 골프애호가의 입장에선 마음이 아팠다.
명 승부였다.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뉴스팀 news@golfhankook.com
18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먼로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지막 라운드 내내 여유를 보이며 얼굴이 싱글벙글 했던 린시콤은 메이저 첫 우승을 예상하며 사랑하는 딸과의 감격적인 포옹을 머릿속에 그릴 만 했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객관적 이유가 있었다. 키 178cm에 팔뚝이 웬만한 여성의 허벅지와 다름없는 우월한 신체조건, 박인비와는 30~40야드의 차이가 나는 장타력에 높은 페어웨이 안착률, 지난 3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켜왔다는 자신감, 주니어 시절 3차례 챔피언 타이틀을 따고 2005년 LPGA투어에 뛰어든 뒤 2011년까지 5승을 기록한 노련함 등 그의 첫 메이저 우승을 담보할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나 골프의 결과는 마지막 홀 장갑을 벗을 때까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법.
“골프에서 방심(放心)이 생기는 가장 위험한 시간은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이다.”
나는 린시컴에게서 지금껏 만사가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에게서 그럴 만한 요소가 많이 보였다. 탁월한 신체조건과 장타이면서 높은 페어웨이 안착률을 갖춘 데다 그때까지 위기는 거의 닥치지 않았고 함께 라운드 하는 스웨덴의 수전 페테르센이 난조를 보이면서 그는 그야말로 순풍에 돛단배였다.
단지 불행이라면 박인비나 리디아 고가 그의 동반자가 안 되었다는 점이다. 만약 박인비나 리디아 고가 그의 동반자였다면 ‘싱글벙글’ ‘룰루랄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워낙 흔들림이 없고 탁월한 평정심의 소유자들이라 자신도 겸허하고 침착한 자세를 견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LPGA투어 동료들로부터 ‘침묵의 암살자’란 별명까지 듣는 박인비와 함께 라운드 한다면 언제 암살당할지 모르니 조심할 수밖에.
그런데 불행히도 그의 동반자는 수전 페테르센이었다. 바이킹의 피를 물려받은 페테르센은 타고난 전사다. 난청 탓에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기 힘든 탓도 있지만 그는 감정 기복에 따라 플레이도 춤춘다. 첫 홀부터 더블보기를 하면서 감정의 격량에 휩싸인 페테르센은 네 타를 잃으며 무너졌다. 겨우 한 타 밖에 줄이지 못했지만 페테르센에 비해선 린시컴은 너무 잘 나가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의 경쟁자가 동반자 페테르센이 아닌 박인비나 리디아 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내 예측대로 어김없이 린시컴에게 위기는 찾아왔다. 박인비가 17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한 타 차이로 좁힌 후 린시컴은 18번 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하면서 연장전을 자초했다.
연장전 돌입이 결정되는 순간 사실상 승패는 갈라졌다고 봐야 한다. 박인비는 지금껏 해왔듯 자신의 리듬대로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면 되었지만 2타 차이를 못 지킨 린시컴은 이에 대한 자책과 함께 눈앞에 다가온 메이저 첫 우승의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어깨를 짓누를 게 뻔하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연장전에서 아니나 다를까 린스컴은 투온에 실패하고 3온 후 파 퍼팅에도 실패, 안전하게 파에 성공한 박인비에게 메이저 타이틀을 넘겨야 했다.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가 2연패를 달성하고 지난 주 이미림 우승에 이어 태극낭자가 2주 연속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을 맛보긴 했지만 거의 우승을 다 잡은 린시컴이 조용히 인내심을 갖고 지혜와 냉정으로 무장한 늑대처럼 추적한 박인비에게 기회를 주어 끝내 역전패를 당하는 광경은 골프애호가의 입장에선 마음이 아팠다.
명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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