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출전이 처음이라 정신없이 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타이거(우즈)에 대한 부담 같은 건 정말 없었습니다."

5일(현지시간) `꿈의 무대' 마스터스 1라운드를 마친 배상문(26ㆍ캘러웨이)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어릴 적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 그것도 자신의 우상인 타이거 우즈(미국)를 동반자로 해 치른 데뷔전이었지만 배상문은 거듭 "긴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첫날 성적은 3오버파 75타. 예상대로 출발은 불안했다.

PGA 진출 첫해인 올 2월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8강까지 올랐고, 지난달 열린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는 세계 골프랭킹 1위인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와 연장전에서 우승을 다퉜던 감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퍼트감은 그런대로 좋았지만 라인을 잘못 읽어 쇼트퍼트가 잇따라 홀을 외면했고 중요한 순간 어프로치샷도 흔들렸다.

3번, 7번홀에서 내리 더블보기를 한 것이 뼈아팠다. 파4 350야드 짜리 3번홀에서 티샷을 왼쪽 벙커에 빠트린 그는 2번째 아이언샷이 그린에 미치지 못하고 굴려내려오면서 첫 위기를 맞았다.

세컨드샷이 짧았던 것을 의식, 웨지를 잡아 낮게 깔아 굴렸지만 볼은 유리알처럼 미끄러운 그린을 타고 에지를 훌쩍 넘어갔다. 그래서 퍼터를 꺼냈지만 이번엔 롱퍼트가 에지에 멈춰서면서 3퍼트를 하고 말았다.

악명높은 마스터스 그린의 빠르기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3번홀에서 휘청거린 배상문은 파4 7번홀에서 다시 벙커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저질렀고 후반 첫 홀인 10번홀과 12번홀에서 잇단 보기로 6오버파로 추락했다.

배상문은 "`마스터스이니까 더 잘 쳐야 한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그러나 더 이상 창피당할 게 없다고 생각하니까 경기가 풀리더라"고 말했다.

배상문이 막판 우즈가 주춤하는 사이 버디 3개를 낚아내며 반등하자 무거운 발걸음으로 아들의 뒤를 따르던 어머니 시옥희(56) 씨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씨는 이날 1천개의 깨알같은 구슬로 자신이 직접 만든 염주를 목에 두르고 나와 아들의 선전을 빌고 또 빌었다.

시씨는 "이틀 전 우즈와 한 조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사실 잠을 못 잤다""며 "부모 심정이 이런데 아이는 오죽 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배상문은 "타이거 때문이 아니라 세계 최고라는 대회 권위와 수많은 갤러리 등 마스터스 자체가 주는 위압감이 부담이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 플레이를 펼친 우즈에 대해서는 "쇼트게임과 볼 컨트롤 등 여러 면에서 한 수, 아니 두 수 위였다"며 "확실히 세계 정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배상문은 어릴 적 우즈의 플레이를 보면서 세계 정상의 꿈을 키운 이른바 `타이거 키드'다.

학창 시절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투브를 통해 우즈의 스윙을 따라 익혔고 20살이던 2006년에는 우즈의 경기 모습을 직접 보러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배상문은 "타이거가 나이(37세) 탓인지 몰라도 생각했던 것만큼 완벽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나도 세계 톱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들었다"며 2라운드 선전을 예고했다.

우즈는 이날 마지막 2개 홀에서 잇단 보기를 저질러 이븐파에 그쳤다.

양용은(40ㆍKB금융그룹)은 "상문이가 우즈 때문에 여러모로 신경이 쓰였겠지만 이런 경험이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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