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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빈스윙'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네이버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골프는 ‘코스 위에 정지하여 있는 볼을 클럽으로 쳐서 정해진 홀에 넣어 그때까지 소요된 타수로 우열을 겨루는 경기’ 라고 나와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공을 홀에 집어 넣는 경기다. 그래서 많은 초보골퍼들이 골프공에 너무 집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골프연습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초보골퍼들의 스윙동작을 보면 동작 자체가 골프공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스윙의 목표가 골프공에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골프가 클럽으로 공을 보내는 운동이기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은 골프공 때문에 스윙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공을 맞히는 샷을 할 때와 공 없이 그냥 스윙을 할 때 스윙모습이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리고 많은 골퍼들이 공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스윙이 달라진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연습하는 방법에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을 앞에 두고 공을 맞히는 연습을 하면서 스윙을 망가뜨려가며 연습을 할 것이냐 아니면 공은 치워두고 정확하고 일관된 스윙궤도를 먼저 만들 것이냐의 문제인데, 그 판단은 초보골퍼 스스로에게 맡긴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스윙궤도를 만들고 나서 공을 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골퍼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로 남겨둔다.

다만 나의 경우에는 처음 골프스윙을 배울 때는 공을 맞히는 연습으로 공과 씨름을 하면서 스윙을 배웠지만, 골프공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서 몇 달 동안 빈 스윙만 해서 스윙궤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샷에 문제가 생기면 빈 스윙의 비중을 늘려서 전반적인 스윙을 점검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스윙의 문제보다는 그립이나 어드레스 그리고 멘탈적인 측면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골프는 희한하게도 공을 맞히려고 하면 할수록 잘 안 맞고, 세게 치려고 하면 할수록 정확하게 치기 어려운 운동이다. 공을 앞에 두고 스윙을 하면 누구나 공을 맞히려는 본능이 앞선다. 레슨프로가 가르쳐 준 동작은 어디로 갔는지 오직 공만 맞히겠다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물론 레슨프로가 가르쳐 준 동작대로 스윙(궤도)에 초점을 두고 샷을 하는 착한 초보골퍼들도 있기는 하다.)

처음 스윙을 하면서 공을 정확하게 맞힌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공을 앞에 두고 샷을 하면 공을 맞히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골프가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머리 속에 자리잡게 된다. 어찌 보면 여기서부터 골프가 어려워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냥 공 없이 골프채를 휘둘러 보면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골프채를 휘두르는 동작은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공을 두고 하는 스윙과 공 없이 하는 스윙은 무엇이 그토록 큰 차이를 만들어낼까? 그 차이는 공이 있고 없고의 차이뿐이다. 좀 더 깊게 생각한다면 공을 대하는 마음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것은 ‘골프클럽으로 공을 맞힐 것이냐 아니면 나의 스윙궤도 속에 공을 둘 것이냐’ 라는 골프공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일수도 있다. 공 없이 스윙을 하면 스윙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면 그렇게 연습을 해서 공은 무시하고 자신의 스윙궤도 속에 공을 놓으면 그만 아닐까?

그게 어렵다고 말하는 골퍼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 없이 하는 스윙을 과연 얼마나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수천 수만 번의 자기암시 속에 공을 때리거나 맞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의 스윙궤도대로 스윙을 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공 없이 하는 스윙을 수천 번 수만 번씩이나 해야 한다면, 아예 차라리 공을 맞히는 연습을 해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골퍼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위에도 잠깐 언급했듯이 스윙을 쉽게 접근하느냐 어렵게 접근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고, 골프나 골프공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스윙오류를 교정해야 하는 문제로 확대된다.

초보골퍼들의 스윙은 골프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오해는 공을 맞히는 연습을 하면서 골프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데서 출발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공을 놓고 스윙을 하는 경우를 보면, 일반적으로 스윙의 초점이 공에 맞혀져 있다 보니 스윙궤도에는 신경을 쓰기 힘들어진다. 공이 스윙의 관심대상 1순위로 자리잡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공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스윙은 스윙대로 엉망이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언젠가 연습장에서 레슨프로가 초보골퍼에게 ‘공이 어떻게 맞고,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는 신경 쓰지 마라. 지금은 스윙궤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얘기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나 역시 이러한 레슨프로의 말에 공감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치 너무 너무 배가 고픈 사람 앞에 맛있는 음식을 놔두고 먹지 말라는 말과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 앞에 공이 있는데 공에 신경을 쓰지 않고, 샷을 했는데 공이 얼마나 날아가는지 방향은 제대로 갔는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초보골퍼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초보골퍼들은 눈 앞에 있는 골프공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레슨프로들은 초보골퍼에게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을 시키는 것일까? 그냥 공을 치워놓고 스윙궤도를 가르치면 안 되는 걸까? 그렇게 가르치면 나중에 공을 놓고 스윙 했을 때 공을 맞힐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만약에 그렇다면 스윙궤도를 잘못 가르친 것은 아닐까?

스윙궤도가 제대로 되었다면 공이 안 맞을 이유가 없다. 나는 가끔 연습장에서 공 대신 10원짜리 동전이나 비비탄(장난감 총알)을 놓고 스윙을 해 본다. 그것을 본 골퍼들은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 작은 것을 맞힐 수 있는지 묻는다. 하지만 나는 10원짜리 동전이나 비비탄을 맞히기 위해 스윙을 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나의 전반적인 스윙궤도와 함께 클럽이 떨어지는 위치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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