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10회에서 연프로님의 필명에 대해 소개를 했다.

사연을 모르는 사람들은 모두가 연프로님은 정말 볼을 잘 치는 프로인줄 알거다.

게다가 외모나 체격은 또 얼마나 당당한가.  티칭프로에 전혀 꿀림이 없다.

 

그런데, 연습장에서는 그렇게도 잘 맞는 공이 실전에만 나오면

마치 누워있는 반금련을 바라보는 무대처럼 되버리니 이게 골퍼로서는
가장 속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죽이나 답답하고 깝깝했으면 스스로를 연습장프로라 자학하며 줄임말 [연프로]를
필명으로 썼을까.

 

 

백돌이님은 실력이 그 정도라 필명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셨다.

말이 좋아 백돌이고 성격이 좋아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런 필명을 사용하는 속마음마저
편할리는 없을게다.

이왕이면 [보기돌이]라고도 하고 싶고, [팔공산]이면 또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더라도...  두분과는 달리 전혀 엉뚱한 이유로 속이 편치못할 분도 계시다.

 

초록이 움트는 계절, 상큼한 공기를 코끝으로 느끼며 티박스에서 바라보는 페어웨이가
참 싱그럽다.  그 싱그러운 페어웨이를 바라보며 모두들 한마디씩 한다. 

 

- 야~~ 오늘 잔디 좋네...

- 그러게... 때깔도 좋고, 푹신해보이는게 아주 싱그럽구만... 

- 아~~ 나는 이런 잔디가 너무 좋아...  겨우내 얼마나 만나고싶었는지...

 

계절이 바뀌어 늦가을을 지날 때도 한마디씩 한다.

 

- 잔디가 슬슬 맛이 가누만...

- 이제 뉘리끼리하네...

 

장마가 지난 다음에도 그렇다.

 

- 잔디가 왜 이래...???   영 관리를 안하는모양이야... 개판이네...

 

이렇게 다들 아무 생각없이 그때그때마다 한마디씩 뚝뚝 내뱉지만,
말도 못하고 속상한 분이 계실거다.

실력으로나 인품으로나 우리 동호회의 정신적인 지존으로 추앙받고 계신 부부커플의
속마음을 잠깐 들여다보자.

 

데이브님 : 잔디가 뭐가 어떻다고??? 

                푹신하다는둥... 뭐??? 뉘리끼리하다고???   
                겨우내 보고싶었다는 해탈이놈은 또 뭐야...   이것들이 사람이 좋아 말을
                안하고 있으니까 남의 마누라를 아주 지들 멋대로...

 

잔디님 :  어머나...  지금 내 얘기하는거야???  

              때깔도 좋고 푹신해보인다니...  이거 지금 성희롱인거 모르는거야...???

              자기들이 무슨 국회의원 최뭐시기도 아니고...  

              그리고, 관리를 하고 안하고 왜 지들이 난리야.. 난리는...  

              언제 바디로션이라도 한번 사줘봤냐??  관리 운운하게...

 

 

재미난 필명은 주위 사람에게 웃음을 주기도 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남의 속사정... 웃고만 지날 일도 아니다.

웃음을 주는 필명의 주인공들에게 훈훈한 마음의 정을 표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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