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미디로 천 냥 빚 갚는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언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 칭찬하는 말,
격려하는 말, 위로하는 말은 인간관계를 강화시켜준다. 반대로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 꾸짖는 말, 비난하는 말, 비꼬는 말은 인간관계를 헤치게 한다.

‘골프는 심리전이다.’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은 좋은데 자기 자신의 마음을 잘 관리하는
대신 상대방을 교란시키는데 집착하는 골퍼들이 있다. 상대방이 장타를 날리면 덕담을
하는 대신 ‘힘만 좋으면 뭐하나, 머리가 좋아야지!’라고 빈정대는 사람도 있다.

그린에서 퍼팅한 것이 컵을 지나가는 경우 ‘장타시네요!’라고 말을 해서 상대방의 화를
돋우는 사람도 있다. 벙커에 계속 공을 빠뜨려서 혈압이 오르고 있는 동반자에게 ‘롬멜
장군이시네요, 사막의 전투를 너무 좋아하는 모양이죠?’ 라고 말해서 감정을 폭발
시키기도 한다.

가끔 함께 라운드 하는 K변호사는 동반자들에게 종종 말장난을 하는데 스스로는 모두
심리전의 일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골프채 중에 비장의 무기는 텅 웻지(tounge wedge)라구, 원래 골프채 14개와 텅 웻지
를 휴대할 수 있게 골프 룰이 되어 있으니 법적으로도 아무 하자가 없는 거야’

‘야, 혓바닥이 휴대품이냐, 제발 입 좀 다물어줘’

‘필요하면 소송을 해 보라구, 나는 이길 자신 있으니까!’

그러니까 상대방의 말싸움에 말려들어 않는 것이 중요하지 말을 못하게 할 수는 없다
는 것이 K변호사의 주장이다. 이쯤 되니까 대부분의 동반자들은 K만 만나면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얼마 전 함께 라운드를 하는데 동반자인 P회장이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에 서 있는
나무를 맞고 튀어 나가면서 OB가 나고 말았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K가 다시 텅웻지를
날렸다.

‘평소 좋은 일좀 하라구, 남들은 밖에 있는 나무를 맞고 OB날 공이 페어웨이로 뛰어
드는데 오죽하면 당신 공은 페어웨이에서 밖으로 튀어 나가겠어!’

이날따라 스코어가 무너져서 심기가 불편해 있던 P회장도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너는 골프채는 명품을 쓰면서 텅 웻지는 왜 저급품을 쓰는 거냐?’

결국 두 사람이 끝까지 티격태격하는 바람에 이 날 분위기까지 망가지게 되었다.
마침내 마지막 홀까지 왔는데 결정적 순간에 K변호사가 웻지로 친 써드 샷이 카트
도로를 맞고 튀어 오르더니 몇 번 더 튀어서 아슬아슬하게 OB가 나고 말았다.

이때 P회장이 K 변호사에게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공을 팔로만 치니까 OB가 나는 거야, 공은 머리와 몸통으로 쳐야지, 그리고 한 수 더
알려줄게. 말도 입으로 하는 게 아니야 머리와 가슴으로 해야지, 그리고 너 싸구려
웻지 하나는 명품으로 바꿔야겠다!’

글: 윤 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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