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탤런트 송승환 씨와 라운드를 함께 했다. 그는 난타를 기획해서 세계무대로
진출했고 국내에는 난타 상설공연장을 만들어 외국관광객이 좋아하는 명소를 만들었다.
공연 기획사 대표로, 대학교수로 그리고 방송인으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골프는 즐거운 재충전의 시간이다.

그런데 라운드를 끝내고 그가 밝힌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구력은 오래됐는데
아직도 80대 후반을 치게 된 사연이다.



“일곱 살 때 아역배우로 출발해서 방송활동을 하다 보니 얼굴이 잘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게 골프 배우는 데에는 문제가 되더라구요.”
골프연습장에서 레슨 프로가 한 오분 코치하다 다른 사람을 봐주러 가면 그 새 반드시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레슨을 자청했다는 것이다.

백스윙이 이상하다, 코킹을 더해라, 피니시가 안된다, 무릎을 살짝 굽혀라 등.
“하라는 대로 안하면 탤런트라고 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그냥 따라할 수밖에
없었죠.” 이 사람이 가고 나면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다시 레슨을 시작하고 마침내
뒤죽박죽이 되고 나면 다시 연습장 레슨프로가 나타나서 스윙이 왜 이렇게 됐냐고 화를
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연습장을 바꿨더니 그 연습장에서도 예외 없이 레슨 프로는 빙빙 돌고 그 사이
사이에 자칭 코치들이 나타나서 스윙 폼을 망가뜨려 놓았다고 한다.

결국 연습장은 포기하고 비디오를 보며 독학 하고 필드에 다녔다. 그런데 골프장에서도
수많은 코치들이 나타나서 아주 개성있는 방법으로 제 각각 코치를 하더라는 것이다.

“제발 저를 그냥 내버려두세요!” 우리는 박수를 치며 웃어댔지만 사실 흔히 있는 일이라
뒷맛이 씁쓸해졌다. “배운지 한 달만 지나면 다른 사람 가르치려 드는게 골프”
라는 말도 있다.

이어령 교수님 말씀도 생각난다. “배우는 것보다 가르치면서 더 희열을 느끼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특한 문화입니다.”
그래서 선배가 후배 가르치려 들고, 조금이라도 먼저 안 것이 있으면 참지를 못하고 훈계를
하려든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동네 후배를 만나면 다방으로 데려가서 ‘인생을이렇게 살아라’ 가르치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특한 정서라는 것이다. 골프도 배운 지 한 달만 지나면 남을
가르치려 든다.

진짜 프로는 돈을 줘야 레슨하고, 싱글 핸디캐퍼는 예의를 갖춰야 레슨하고, 80대 치는
사람은 청하지 않는데도 레슨하고, 90대 치는 사람은 도망가는데도 쫓아와서 레슨하려고
한다. 제2의 송승환을 만들지 않으려면 우리의 이런 레슨 문화를 바꿔야하지 않을까?

필드에서는 공을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하니까‘노터치’라면, 제발 레슨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노레슨’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s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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