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는 내가 프로선수인 줄 알아!”
“아니, 그 실력에 무슨 프로선수야?”

“내가 골프 끝나고 집에 갈 때마다 우승 상품 가지고 가고 내기해서 매번 돈 따가는데
당연히 프로로 생각하는 거지.”

친구 K사장의 말을 들어보니 사연이 묘하다. 주말마다 골프하러 나가는데 돈까지 잃고
왔다고 하면 아내의 바가지가 심해질 테니 매번 돈을 땄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참가상 쪽지를 떼고 프로숍에서 우승이라는 쪽지로 갈아 붙인 상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니 아내의 공격이 무뎌졌다는 설명이다.

사실 K사장은 80대 중반을 치는 실력으로 친구들과 내기 해서 돈을 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우승을 하는 것도 아주 운이 좋은 날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필드에 나오면 항상 끌려 다니는데 집에 들어갈 때는 우승 상품을 들고 돈까지 땄다고
큰 소리를 친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아내의 바가지가 심한 날은 아예 상품을 비싼 것으로 바꾸는데 그것도 아내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가지고 간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골프는 해야겠고 아내의 바가지는
피해야 하니까 이런 눈물겨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야,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네 아내는 골프를 안 하니까 통할지 몰라도 우리 집사람은
골프 도사라서 절대 안 통한다.” 이 말을 하는 P사장은 부인이 남편보다 골프를 더
잘하니까 골프 문화의 속 사정을 꿰뚫고 있다.

“아 글쎄, 돈을 잃었다고 하면 주말에 골프 비용 지출도 모자라 돈까지 잃고 다니느냐고
 야단이고, 돈을 땄다고 하면 딴 돈을 모두 내놓으라고 하는거야.”

“그럼 어떻게 대처하나?”
“그냥 본전치기 했다고 하는거지.”

이번엔 Q사장의 말이 더 이색적이다.

“나는 내기는 절대 안 한다고 잡아떼는데….” Q사장은 과거에 내기 골프를 크게
하다가 적지 않은 돈을 잃고 아내로부터 골프장 출입금지 명령을 받은 전과자다.
한 일 년 후 사면복권되면서 내기는 절대 안 한다는 각서를 쓰고 다시 필드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도 첫 홀에 들어서기도 전에 내기하자고 제일 먼저 떠드는 사람이
Q사장이다. 많은 돈이든 적은 돈이든 내기를 안하면 금단현상이 생긴다고 하소연을
한다. 이 친구가 집에 가서는 절대 내기는 안 한다고 한다니 이 또한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일이다.

며칠 전 아내가 친구들과 골프를 하고 돌아왔다. 나는 얼떨결에 이런 질문을 하고 말았다.

“돈 내기 했지?”
“그럼!”
“땄어, 잃었어?”
“땄지. 그런데 그건 왜 물어봐?”
“음. 잘했다구!”(아내 말을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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