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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와 선진국형 골프문화
김영삼 정부시절 야심찬 국정과제의 하나가 ‘세계화’였다. 이제는 개도국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세계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하에 결국 OECD가입을 확정하였다. 그러나 지나친 금융시장 개방으로 인하여 외환위기를 초래하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는 다양한 내기방식이 있는데 묘하게도 시사적 이슈가 그대로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 OECD가입 이후 스킨스 게임을 할 때 OECD룰이라는 것이 나타났다.(한번 가입하면 탈퇴가 불가능하다)

일정 금액이상 돈을 따간 사람은 OECD에 가입시키고 OB,벙커, 트리플 보기, 쓰리퍼팅, 해저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벌금을 물리도록 한 것이다. 처음에는 ‘오, 물, 방, 쓰’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오, 바, 삼, 삼, 해’ 로 순화 되었고 트리플 보기 대신 더블보기를 해도 벌금을 내도록 하는 ‘오, 빠, 이, 상, 해’ 도 나왔다.

그 후에 나무와 도로를 맞힌 경우에도 벌금을 내도록 한 ‘오, 빠, 나, 도, 이, 상, 해’ 가 나오기도 하였다. 이라크 전쟁 때는 ‘후세인 게임’이 유행하기도 했고 버디한 사람이 이미 남이 가져간 상금까지 모두 회수해 가도록 한 ‘조폭 스킨스’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20개 국가의 모임인 G20정상회담의주최국가이자 의장국가로 확정되었다. G20는 세계 GDP의 85%, 교역량의 80%, 인구의 4분의 3을 커버한다. 여기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개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세계경제와 외교적 영향력을 지닌 20개 열강들 속에서 당당한 주역의 역할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골프를 할 때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초점은 G20에 맞추어졌다. 이제는 진정한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게 되었고 모든 면에서 선진국의 품격, 책임, 의무, 권리를 유지해서 진짜 선진국으로 가는 문을 열어야 한다는데 대체로 동의하였다.

평소 성질이 괄괄한 K회장이 불쑥 이런 제안을 하였다.

‘이제는 내기도 G20 방식으로 바꿔야 되는거 아냐!’

‘무슨 소리야?’

‘조폭 스킨스나 OECD 룰을 버리고 선진국형으로 품위 있게 하자는 거지’

‘좋은 얘기야, 차제에 우리나라 골프문화도 선진국형으로 바뀌면 좋지’

이래서 각자 이런저런 의견을 내다가 인코스부터는 G20방식으로 내기를 바꿨다.

첫째, 골프 룰을 위반하면 벌금 만원 (법질서 선진화)
둘째, 벙커정리를 깨끗하게 안하면 벌금 만원(매너)
셋째, 캐디에게 반말하면 벌금 만원(품격)
넷째, 20타 이상 친 사람의 돈은 어느 곳에서든 반드시 돌려준다. (배려)
다섯째, 버디를 한 사람이 동반자와 캐디에게 만원씩 기부(노블리스 오블리쥬)

이밖에도 스코어카드는 각자 기록하되 정직하게 할 것, 그린에서 캐디에게 퍼팅라인에 맞춰 공을 놓아달라는 요청을 하지 말고 직접 할 것 지나치게 텅 웻지(입씨름)을 쓰지 말 것, 연습스윙은 한 번만 할 것 등 여러 가지 제안이 나왔지만 일단 위의 다섯가지만 적용하기로 합의 한 것이다.

우리 일행이 이런 룰을 정해 놓고 내기를 하자 가장 기뻐한 사람은 다름 아닌 캐디였다.

‘지금까지 캐디 생활하면서 오늘이 제일 기분 좋은 날이네요, 영국신사들 하고 함께 라운드 하는 것 같아요!’

‘영국신사라고 하지 말고 이제부터는 한국신사라고 해야지 ~~요’

하마터면 K회장이 캐디에게 반말로 대답을 하다가 벌금을 물을 뻔 했는데 재치 있게 모면을 해서 모두 웃고 말았다.

한국은 골프에서도 이미 강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남녀 프로선수들도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골프시장도 미국, EU,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규모다. 이제는 우리의 골프문화도 G20 주최국답게 선진국형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글: 윤 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