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칼럼 > 지난칼럼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향기나는 男子 VS 냄새나는 男子
‘옷 잘입는 남자가 성공한다.’, ‘패션도 전략이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선직국형 패션바람이 불고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그리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입기만 하면 되었던 단순 기능 추구시대를 거쳐 무조건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던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패션을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와 매력을 연출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보름전 젠트회 회원들과 골프를 함께 하였다. 젠트(Gent')는 젠틀맨(Gentleman)을 줄인 것이다. 그러니까 젠트회는 신사도를 실천하자는 취지로 십 여 명의 CEO가 만든 모임이다. ‘신사답게 생각하고 신사답게 행동한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고품격 선진 사회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신사도를 발휘하면서 매력 있게 살아가겠다는 것이 모임의 근본 취지다.

회원들이 지켜야할 룰은 이런 것들이다. 거친 언어를 삼가고 가급적 품위 있는 언어를 쓰며 유모어를 즐긴다. 아내를 사랑하고 존중한다. 남을 따뜻하게 배려하고 양보한다. 숙녀를 우대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옷을 신사답고 품위있게 입는다. 우리 사회의 좋은 전통을 이어가며 글로벌 에티켓과 매너를 선도한다.

젠트회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있는데 그동안 각종 매너와 에티켓에 대한 공부도 하고 패션 전문가를 초빙해서 맞춤형 조언도 듣고 있다. 회원들은 골프장에서도 룰을 엄격히 지키고 좋은 매너를 유지하며 복장까지 새로운 트랜드에 맞춰 산뜻하게 입고 있다.
한 달은 골프장에서 만나고 한 달은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만나는데 만나면 유쾌하고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 모임이다.

젠트회 회원들은 요즘 모두 포켓칩을 사용하고 있다. 신사복 왼쪽 가슴에 꽂는 작은 손수건인 포켓칩은 오래전 유럽에서 유래한 것이다. 숙녀가 재치기를 하거나 물을 쏟았을 경우에 즉시 꺼내서 도와주려는 신사도에서 출발한 것인데 요즘은 패션 트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젠트회 회원들이 음식점에 모이는 날에는 모두 멋진 신사복 정장에 포켓칩을 꽂고 있기 때문에 종업원이 몇 번씩 신기한 모습으로 쳐다보기도 한다.

며칠 전 공군장군 선배인 K교수에게 젠트회 이야기를 꺼냈다가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들었다.

‘골프장에서 제일 불쌍한 남자가 누군지 아세요?’

‘.....’

‘옷에서 냄새나는 남자에요. 심한 사람은 곰팡이 냄새까지 난다니까!’

‘왜 곰팡이 냄새가 나죠?’

사연인즉 이렇다. 골프는 계속 나가야 되고 와이프는 맨날 골프장행이냐고 눈총을 주니까 골프 옷을 차에 싣고 다니거나 사무실에 두고 다닌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요한 결전을 하루 이틀 앞두고 연습장에 가서 땀을 흘린 다음 그 옷을 그대로 보관했다가 입고 나오면 곰팡이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어요?’

‘아, 내 친구 중에도 그런 녀석이 있다구. 젊어서는 마누라 눈치 보면서 구겨진 운동복을 입고 다니더니 나이 들어서는 곰팡이 냄새나는 옷을 입고 다니고 있으니 정말 불쌍한 친구지.’

이 날 이야기의 압권은 K교수의 새로운 정의였다.

‘골프장에는 두 종류의 남자가 있다. 향기 나는 남자와 냄새나는 남자!’

향기 나는 남자는 누구인가? K교수는 라커에서 골프 옷을 갈아입은 다음 우선 겨드랑이에 향수를 적당히 뿌린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땀이 많이 묻는 모자와 신발에도 살짝 뿌리면 캐디와 동반자들에게는 좋은 냄새를 주고 자신은 상쾌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으니 행복한 라운드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그러고 보니 K교수의 복장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오늘 좋은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 젠트회에 한번 초대 하겠습니다.’

‘이거 다 아내 덕분입니다. 젊어서부터 골프장 갈 때는 골프 옷 잘 다리고 잘 접어서 가방에 챙겨주더니 나이 들어서는 향수 뿌리는 법까지 다 아내가 코치해 준거에요! 복중에 최고의 복은 최복이라더니 아내 덕에 늘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거지요.’

이때 구겨진 옷을 입고 골프장에 나타나곤 하는 후배 K사장이 한 말에 우리 모두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선배님, 그런 말씀 하시면 저를 두 번 죽이는 게 아니고 그냥 사형집행 하시는 거라니까요!’


글: 윤 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