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담배 끊었어. 이번에는 확실한 금연이라구!’

그동안 담배를 끊었다 피웠다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K회장의 말을 듣고 우리 일행은
모두 빙그레 미소만 짓고 있었다.

‘나 진짜 담배 끊었다니까!’

‘아 누가 뭐래, 금연을 일년에 서너번씩 하니까 문제지’

그동안 K는 골프장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수없이 비난을 받고 수모를 받아왔다.

자기가 친 공이 잘 맞아도 한 대, 상대방이 OB를 내도 한 대, 벙커나 워터 해저드에
빠지면 또 한 대, 롱퍼팅한 공이 컵에 떨어지거나 짧은 퍼팅이 아슬아슬하게 컵을
스쳐가도 한 대, 이러니 동반자들도 눈살을 찌푸리고 캐디도 안절부절인데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곤지암 근처에 있는 한 명문 골프장에서는 캐디의 금연권고를 계속 거부
하다가 급기야 마샬까지 나타나서 운동 중 흡연하는 분은 퇴장시킨다는 경고까지
받았다. 그때 K의 반응이 또 걸작이었다.

‘알았어요, 담배 안 필게, 대신 불은 안 붙이고 입에만 물고 있을테니까

양해해 주세요.’

그 날도 동반자들이 제발 담배 좀 끊으라고 성화를 하니까 18홀에 가서 마침내 금연
선언을 하고 말았다. 우리 일행은 K가 버디나 이글을 한 것처럼 축하하면서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샤워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나더니 갑자기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는게 아닌가?

‘아니 금연했다면서 이건 뭐야?’, ‘아, 이건 금연기념으로 한 대만 피는거니까 좀
이해해 주세요’

그동안 이런 식으로 처신을 해 왔으니 새해 들어 금연선언을 해도 모두 믿지를 못하는
것이다.

K가 담배를 못 끊는 것은 니코틴 중독대문이다. 흡연중독자들은 일정수준의 니코틴을
체내에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고 소변이나 땀으로 니코틴이 몸에서 빠져나가면 즉시
강력한 흡연욕구를 느끼게 된다.

담배에는 20여종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서 하루에 담배를 한 갑씩 피우면 폐암
발생율은 비 흡연자의 20배 이상 증가한다.  이런 담배의 폐해 때문에 서울대병원
박재갑 교수는 일 년 내내 금연강의를 하면서 금연전도사 노릇을 하고 있다.

박교수는 국립암센터 원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담배의 폐해를 잘 알고 있고
금연운동을 평생의 사명으로 정한 분이다. 나도 이런 주장에 공감해서 요즘은 수시로
금연강의를 하고 있다.

우리는 K회장에게 이런 건의를 하였다.
당신은 부인할지 모르지만 이미 니코틴 중독 환자라구, 금단증상 때문에 못 끊는거니까 금연교실에 들어가서 치료를 받아보는 게 어때, 타이거 우즈도 섹스 중독증 치료하는
재활센터에 다녀 온 뒤로 조용하잖아1‘

‘그래, 나 니코틴 중독인거 알고 있어, 그런데 니들도 중독증인거는 알고 있겠지?’

‘그건 무슨 소리야?’

‘니들도 다 중독증이라구, 윤박사는 일중독증이고 이 회장은 골프중독증이고 김변호사는 내기 중독증이잖아, 자네들도 그거 못하게 하면 금단증상 생기는거 내가 다 알고 있다구’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니코틴을 과잉섭취하면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킨다던데 아가부터 너무 피운거 아냐?’

이날 결론은 K회장의 금연선언을 높이 평가하며 K회장은 담배를 영원히 끊고 우리
모두는 금연전도사가 되기로 결정하였다. 심신의 건강을 위해 필드에 나오면서 담배를
피워서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간접흡연으로 타인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은 골프장
룰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해서라도 뿌리 뽑아야 한다. 이렇게 모두 최종합의를 보고
금연전도사 발대식을 기념하여 소주 막걸리 폭탄주까지 한잔씩 하였다.

마침내 K회장이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담배화형식은 못해도 갈갈이 찢어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할 순간이 온 것이다. 이때 K회장의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거, 딱 한 대만 피고 버리면 안되겠니?’


글: 윤 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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