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맛 저런 맛 다 보기 마련이다. 단 맛 도 보고 쓴 맛도
보게 된다.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신 지애 프로는 예선 탈락의 쓴 맛을 봤다.
“LPGA를 만만하게 본 것이 낭패한 원인이다”이 말은 신지 애의 고백이었고,
“지애가 너무 들떠 있었다. 평소처럼 차분하 게 연습을 하지 않아서 시합을 앞두고
불안했다”는 것은 아버 지의 말이다.

같이 출전했던 미셸 위는 다잡은 우승컵을 막판 실수로 놓쳤 지만 미디어에 찬사를
도배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미 셸 위야말로 지난 2년간 가장 지독한 쓴 맛을
보면서 살았다.  나는 경영 컨설턴트로 그동안 수많은 경영자를 만났다. 그런 데 큰
성공을 거둔 경영자들의 공통점은 반드시 엄청나게 쓴 맛 을 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처절 한 경험이 오히려 약이 됐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러니까 쓴 맛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처음 부터 큰 성공을 거두고 기쁨 에 취해 있는
것을 보면 은근히 불안해진다.



아직 검증이 안 끝 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지인들과 서원밸리에서
라운드를 하다가 자연히 신지애 선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지금 쓴 맛을 보는게
나중에 약이 될거야.  LPGA투어는 이 제 시작인데 초반부터 승승장구 한다면
더 위험한 거지. 원래 좋은 약은 입에 쓴거야.” 우리 일행은 의사인 K원장이 한 말에
모두 동의하면서 신지 애가 더 잘 성장하기를 기원했다.

이날 내기는 몇 만원씩 걷어서 소위 조폭 스킨스 게임이라는 걸 했다. 버디 한 사람에게
지금까지 딴 걸 다 바쳐야 하고 돈을 딴 사람은 보기를 하면 취득 금액의 반을, 그리고
더블 보기를 하면 취득 금액을 모두 물어내는 룰이다.

이날따라 K원장이 내기의 주도권을 쥐더니 상금랭킹 1등이 됐다. 심지어 OB낸
홀에서도 보기로 막아내는 등 선방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홀에서 발생했다.
마지막 홀 그린 주위 벙커에 K원장의 볼이 빠진 것이다. “내가 오늘 제일 잘 되는게
벙커 샷인거 알지?” 자신만만하게 이런 말까지 하던 K원장은 힘차게 벙커 샷을 했는데
볼이 제자리에서 튀어 오르더니 도로 벙커에 빠지고 말 았다. 이제 샷을 잘 해야
상금의 반을 물어내고 잘못하면 모든 상금을 물어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되었다.

그런데 얼굴 이 상기된 K원장의 두 번째 벙커 샷은 엄청난 홈런볼이 되고 말 았다.
결국 지금까지 딴 돈은 다 물어내야 했다. 풀이 죽은 K원장 에게 우리는 이런 말로 위로 했다.
“축하해, 좋은 약은 입에 쓴거야! 단 맛, 쓴 맛 다 보는 게 골 프의 진짜 묘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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