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를 잡은 지 어느새 20년이 넘었지만 초기 몇 년 동 안은 골프 룰도 모르고
제대로 된 스윙도 못하면서 그냥 지인들을 만나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 푸는 정도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그야말로 필드의 귀인을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고려 대학교
체육학과 박영민 교수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육특기로 장교생활을 했고 우리나라 최초로
TV에서 골프해설을 한 분이다 보니 모든 것이 교과서적인 모범일 수 밖에 없는
분이다. 이 분의 생활신조는‘언행일치’(言行一致)다. 말한 것은 그대로 행동에 옮긴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을 진다. 이분과 라운드는 내 골프인생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이 분의 골프 명언 중 몇 개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골프는 양심을 배우는
스포츠다.’  ‘골프는 최단시간 내에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가장 확실히 보여준다.’
‘골퍼들이 골프 룰을 철저하게 지키는 날이 우리나라 도덕성이 회복되는 날이다.’
이 분은 룰을 철저히 지켰을 뿐만 아니라 동반자가 룰을 지 키지 않았을 때는 반드시
지적을 하곤 했다.

‘룰을 모르고 골프를 하는 것은 교통법규를 모르고 차를 모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나는 골프 룰에 대해서 무지에 가까웠는데 마치 개인지도 하듯 룰을 가르쳐줬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옷깃을 세우더라도 사진 찍을 때는 옷깃을 내리고 맨 윗
단추까지 단정하게 채 우도록 했고 티는 나무로 된 것만 쓰라고 조언해 주었다.

이 분에게는 골프 룰과 매너, 에티켓도 확실하게 배웠지만 골프 스윙에 대해서도
흥미있는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꼬리가 몸을 흔드는 것보다 몸이 꼬리를 흔드는
것이 쉽다.’ 개가 꼬리를 흔들 때를 빗대어 설명한 말이다. 골프 스윙은 몸통 즉
큰 근육으로 작은 근육(손목)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다. 따라서 백스윙은 양 어깨,
팔, 손, 클럽이 하나가 되어 움직 이기 시작하여 엉덩이 높이부터 손목을 꺾어 주기
시작하고 그 다음에 엉덩이, 왼쪽 무릎, 왼발 뒤꿈치를 움직여야 하고 다운 스윙은
정반대로 왼발 뒤꿈치, 무릎, 엉덩이, 양어깨, 팔, 손목, 클럽헤드 순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교수는 스윙 레슨보다는 룰과 매너, 에티켓에 대한 지도를 더 많이 했는데
한 타라도 더 줄이고 싶은 욕심이 컸던 나는 속으로 레슨을 더 해 주길 바랬다.
그 후 세월이 흘러 골프 칼럼을 쓰고 골프 TV 방송진행도 하게 됐을 때 나는 비로소
박 영민 교수로부터 엄청나게 귀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스포츠를 통해 룰을 지키는 것이 곧 사회의 법과 규범을 지키는 것입니다.’ 요즘 사회
곳곳에서 ‘법과 원칙’의 실종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드에서 그토록 골프 룰과
매너를 강조하던 박영민 교수가 새삼 그리워진다. 진정한 골프 사부는 골프 스윙을
지도하는 사람이 아니고 ‘룰과 매너’를 지도해 주는 분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으니 박교수는 아마 나를 낙제생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

골프 사부님 안녕하신지요?
s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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