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까?  말까??

파인리즈CC 초청라운딩 연락을 받고는 며칠을 고민했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골프치게 해준다는데 그걸 마다할 이유가 뭐있느냐 하겠지만
왔다갔다 기름값도 그렇고 혼자 운전하기도 좀 지루할거 같았다.
한마디로 꽁짜라고 냉큼 따라나서기에는 강원도 고성은 너무 멀었다.
이리 얘기하면 누구는 배부른 소리한다며 자랑하는거냐고 심드렁하게 되물을 수도
있지만 사실 내 기분은 그랬다.

초청해준 사람의 배려에 대한 예의와 함께 길은 나선 이유 중 하나는
파인리즈CC의 실소유주가 통일교재단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일단 손을 대면 막대한 자금력으로 최고를 지향한다는 소문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일요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중부고속도로로 진입하자마자 뇌비게이션 Bio는 하남T/G로 빠지라고 지시한다.
얘가 왜 이래?  국도로 가라고??  미안하지만 싫다.
지금은 시간을 확실하게 지켜야하니 고속도로로...

뇌비 Bio의 조언을 무시하고 하남T/G를 비껴가자
화면의 남은거리가 172km에서 243km로 바뀐다.
엥~~??  고속도로가 70km가 너 돌아간다고??  예정소요시간은 비슷한데..
후회가 막급이지만 이미 어쩔 수가 없다.  올때는 국도로 와야지...


오후 2시50분 도착한 파인리즈의 클럽하우스.



지대가 높아서인지 하늘만 배경인 클럽하우스가 그림처럼 느껴진다.

클럽하우스에서 휴식을 취하라며 알려준 숙소인 리조텔은 
이미 단지가 많이 건설되어 있음에도 아직도 공사현장이 많다.
대체 얼마나 규모가 큰 대단지를 구상하는건지... 



리조텔은 깔끔하다.
거실과 주방을 중심으로 양옆의 2인용 침실에는 각각 샤워시설이 있으며
2대의 TV로 동상이몽이 가능하게 배려했다. 

흥미로운 것은 거실의 벽난로.
인테리어용으로 전기장치로 불꽃형상을 보여주는 무늬만 벽난로가 아닌
실제 나무를 태울 수 있도록 조절장치가 되어 있으며 옆에 나무도 있다.

거실의 커튼을 열어보았다.



베란다 바로 앞에 펼쳐진 골프코스.

얼마나 가까운지, 골퍼들이 그린에서 퍼팅하는 것을 바라보며
퍼팅하는 사람의 백스윙 폭과 공이 굴러가는 거리를 비교하면서 그린이 제법 빠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벙커도 장난이 아니네...

오른쪽 멀리 보이는 건물이 클럽하우스.


파인리즈CC는 27홀이다.
9홀씩 Pine Course, Ridge Course, Lake Course로 나뉘어지는데,
먼저 오후 5시부터 Lake Course를 돈다.

레이크코스 2번홀 그린을 향해 걷는데 그린주변의 모습이 처음임에도 조금은 낯익다.



바로 숙소에서 내려보던 코스다.
내가 묵은 속소는 맨 오른쪽 리조텔의 3층 왼쪽인 12동 302호.


파인리즈CC는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듯,
이곳을 처음 찾는 골퍼들에게 곳곳에서 깜짝쇼를 연출한다.



6번홀 그린.  이게 뭔가?
오른쪽은 분명 그린인데, 왼쪽은...  프린지도 아니고... 
오히려 프린지가 이것의 주변에 있다.

놀랍지만, 이것도 그린이다. 대리석그린.

그린 조성시 노출된 암반을 그대로 살리려했으나 표면이 너무 거칠어 암반 위를
대리석으로 덮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것도 그린의 일부이니 여기 볼이 멈추면 퍼터를 사용해야 한다.

내 경우 볼이 대리석그린 옆의 경사진 러프에 떨어져 퍼터로 퍼팅을 하는데,
대리석 표면을 지나는 볼의 속도가 어떨지를 예측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요행히도 내가 예측한 속도와 퍼팅강도가 맞아 핀 근처에 볼이 멈추는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레이크코스 9번홀.



속초 아바이마을의 명물이라는 [갯배]를 골프장에서 보게될줄이야...

9번홀의 티박스에 가려면 갯배를 타고 들어아야 한다.
골퍼들이 직접 양쪽 나루를 연결한 굵은 철심을 잡아당겨 갯배를 이동시키는데,
이게 귀찮거나 노동(?)에 짜증이 나는 사람들은 앞에 놓여있는 다리를 이용할 수도
있으나, 보기도 힘든 갯배를 직접 한번 움직여본다는게 얼마나 운치있는 경험인가... 
야간이라 light의 조명을 받으며 갯배를 타보는 것도 낭만적이다.
 

 
이렇게 긴 벙커가 있을까??
   
610m에 달하는 9번 Par5홀의 특징은 티박스에서 그린까지
페어웨이와 벙커, 또 호수라고 표현하는게 좋을 긴 해져드와 리조텔이 일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페어웨이를 따라 길게 형성된 호수와 고운 맥반석모래의 비치벙커가 마치 해변가 백사장
처럼 느껴지는데, 산자락에 보이는 고깔형태 건물과 함께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
이 마치 유럽의 산간마을를 보는듯 하다.


이틀째인 월요일 아침.
서울보다 위도와 고도가 높아 아침 7시경이면 기온이 낮지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쌀쌀하지가 않다.

아침을 먹기위해 그릴에 들어서니, 여기가 골프장 식당이 맞는지...



입구에 있는 대형 와인쿨러 외에도 곳곳에 와인이 즐비한데,
종류도 무척 다양하고 고급와인으로 알려진 브랜드도 꽤나 많이 보인다.


파인코스의 잔디상태가 좋지않아 월요일 close 했음에도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받아들여져 파인코스와 리즈코스를 라운딩할 수 있었다.


파인코스 2번홀. 



페어웨이 중간의 벙커는 그냥 단순한 벙커가 아니다.
티샷한 볼이 행여라도 벙커 중앙의 저 바위에 맞으면 아무도 볼의 향방을 알 수가 없다.
또한 이 지점에서 보이는 그린의 공략도 만만치가 않다.
그린에 이르는 좁게 느껴지는 길목에 넓게 분포된듯한 벙커가 심리적으로 주눅들기에
충분하다.

파인리즈CC에는 이렇게 엄청난 수의 벙커가 있다.
캐디의 말에 의하면 모두 85개의 벙커가 있다는데, 홀당 평균 세개인 셈이다.
특히, 리즈코스 9번홀의 경우 355m의 Par4 임에도 11개의 벙커가 있다.
게다가 해져드와 연결된 실개천이 그린 앞을 가로질러 있으니, 바라만 보아도 기가 질린다.  거리 짧은 사람은 벙커만 전전하다가 끝날지도 모른다.




멀리 나무 뒤 구름아래 보이는 동해바다.
 
마음이 뒤숭숭한 경우 리즈코스 1번홀이 보여주는 바다를 바라보며 산뜻한 기분을 
가져보자.  저 넓다란 페어웨이를 놔두고 우측 벙커를 넘기는게 그린 공략에 좋다는 유혹에 빠지는게 문제지만 말이다. 




컨디션이 좋지않거나, 아이언샷의 방향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가장 겁나는 일명 Island Hole인 리즈 3번 Par3홀. 
절대적인 연습량 부족으로 아이언이 방향을 상실한지 오래인 나에게는 오히려 길이가
긴게 위안이 된다.  그나마 우드샷은 아직 조금의 방향이 남아있으니까.
그런데, 저 안에 얼마나 많은 골프공이 있을까...

파인리즈에 벙커만큼이나 많은게 또 있다.



골프장의 조경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가는 해져드를 보면 어느정도 알 수 있다.
나름대로 멋을 부린 곳도 많지만, 골프장의 난이도를 위한 장매물의 개념인 곳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파인리즈는 해져드라 호칭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연못을 너무 격조있게 만들었다.
파인리즈의 호수는 골프코스의 난이도를 위한, 골퍼가 극복해야할 인공장애물로서의
해져드가 아니라,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으로 골퍼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하는 동반자의 역할을 한다.
호수마다 거의 볼 수 있는 분수가 이런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를 하는거 같다.

누군가로부터 파인리즈는 비데골프장이라는 표현을 듣고 무슨 말인지 궁금했는데,
그 짓궂은 표현의 의미를 알겠다.


파인리즈CC에서 내가 가장 놀란 리즈코스 2번홀 그린.



뭐 이런 그린이...   일명 도너츠 그린.

핀이 오른쪽에 있다면,
온그린시킨 볼이 벙커를 중심으로 왼쪽에 있는 것과 아예 벙커 가운데 있는 것중 어느게 나을까???

그린이야기를 하나 더 한다면, 파인리즈의 일부 그린은 착시현상을 보인다.
제주도 골프장과 같이 눈으로 판단되는 그린의 라이가 실제와 반대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무조건 캐디의 조언에 따르는게 낫다.


파인리즈는 캐디등급제에 의해 캐디피를 차등적용하고 있다.
경력이 미흡한 캐디는 8만원, 경력이 쌓인 캐디는 10만원이며,
티칭프로 자격증이 있는 캐디를 지명할 경우 캐디피가 15만원이다.
단, 티칭프로 자격증이 있는 캐디일지라도 지명이 아닌
순번에 의해 캐디로 배정되었을 경우는 10만원을 지급한다.

이틀간 만나 캐디 김연희氏와 박지숙氏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캐디였다.
그린의 라이를 읽는 능력은 물론 시종일관 보여준 친절한 자세와 미소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한번 동반라운딩을 청하고싶은 완벽한 조력자였다.
   

모든게 좋았지만, 파인리즈CC의 특징은 아름다운 호수와 고운 모래다.
청정수 35만톤을 끌어왔다는데, 35만톤의 부피가 어느정도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거의 모든 홀에서 라운딩내내 내 주위를 감돌았다는건 기억한다.
벙커역시 맥반석 고운 입자를 사용함으로써 거친 느낌보다는 보드라운 느낌이 든다. 

그 많은 호수와 모래를 보며 여기가 과연 설악의 줄기가 맞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요즘 신설 골프장 중에 좋은 골프장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냥 좋은 골프장이 아닌
아주 훌륭한 골프장이 있다면 파인리즈도 분명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샤워를 하는데 비누거품이 제대로 없어지질 않고 계속 피부에 미끄럽다.
온천수다.

라운딩을 하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고성 사람들은 좋겠다.  이렇게 좋은 골프장이 가까이 있어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올 때는 국도를 택했다.



전면에 보이는 설악의 돌산이 무척 기품있게 다가온다.

미시령터널의 개통으로 예전처럼 꼬불꼬불 미시령고개를 넘지않아도 된 때문인지
국도로 올라오는데 서울까지 3시간이 걸렸다.  엄청 단축된 것이다.

이 정도라면 라운딩과 함께 동해바다와 온천까지 즐긴다는 다목적레져를 생각하며
한번쯤 게획을 세워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인리즈CC는 멀다고만 생각했던 나의 편견을 바꾸기에 충분한 감흥을 주었다.

sele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