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골퍼들은 대부분 내기를 즐긴다. 가끔 큰 돈을 걸고 도박성 내기를
한다는 기사가 언론에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는 몇 만원이 오가는 정도의
가벼운 내기다.

내기는 골프의 집중도를 높이고 경쟁심리를 작용하게 해 골프의 재미를 더해준다.
그러나 공정하고 합리적인 룰을 정하지 않으면 뒷맛이 개운하지 않기도 하고
심지어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생긴다.

“나는 조폭 스킨스가 제일 무서워. 버디 한 방에 모든 게 결정되잖아!”
“바로 그 맛에 조폭 스킨스를 하는거지. 마지막 홀까지 그 한방에 거는 기대가
있잖아.”
조폭 스킨스는 돈을 몇 만원씩 거둔 후 매 홀 승자가 상금을 가져가되 보기를
하면 딴 상금의 반을 물어내고 더블 보기를 하면 딴 상금을 다 물어낸다.
그리고 누군가 버디를 하면 그 사람에게 지금까지 딴 돈을 모두 몰아주는
방식이다.

여가 경영학의 선구자인 명지대 김정운 교수는 이 조폭 스킨스야말로 우리나라
사람이 제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높아지는 데다 끝까지 ‘한 방’을 기대하며 희망의 끈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젠가 김 교수와 이 조폭 스킨스를 하다 마지막 18홀에서 롱퍼팅이 성공하면서
김 교수가 모든 상금을 가져간 기억이 있다. 그 때 김 교수의 득의양양한 표정과
동반자 세 명의 경악하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김 교수는 좌탄, 우탄에
퍼팅까지 난조를 보이며 17홀까지 상금 맛도 못 보다가 극적으로 마지막 홀에서
사고를 쳤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골퍼가 즐기는 또 한 가지 내기 방식은 라스베이거스다. 타순으로 1번과
4번이 한 팀이 되고 2번과 3번이 한 팀이 되어서 경합을 하고 진 팀이 이긴 팀에게
돈을 주는 방식이다. 팀의 성적은 타수를 합산하거나 곱하기로 결정하면 된다.

라스베이거스는 서로 핸디캡을 잘 모르는 경우에 꽤 합리적이다. 전 홀에서 가장
잘 친 사람과 가장 못 친 사람이 한 팀이되니까 어느 정도 통계적 보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라스베이거스는 잘 치고도 팀 파트너가 사고를 치면 돈을
잃기도하고 잘 못친 사람이 파트너가 잘 친 덕분에 돈을 딸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 방식에서 돈을 따려면 실력도 있어야 되지만 파트너를 잘 만나야 된다.
네 사람 중 이상하게 특정한 사람이 한편이 되면 그 팀이 지는‘필패카드’가 있는가
하면 그 사람이 끼면 반드시 이기는‘불패카드’도 나온다. 그런데 내성적이거나 마음이
약한 사람은 9홀 쯤 치다가 자신이‘필패카드’라는 것을 알게되면 안색이 달라진다.

“저때문에 졌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주 함께 라운드 한 K사장은 너무 미안해하면서 파트너가 낼 돈까지 자기가
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차라리 스킨스나 스트로크 게임을 하는 게 낫지, 파트너에게 피해를 끼치는게
미안해서 다음부터는 라스베이거스 안하겠습니다. 저는 라스베이거스가 제일
무서워요!”

그런데 제법 돈을 많이 딴 P회장이 한 마디 한다.
“사실은 나도 라스베이거스가 싫어요.” 그 이유를 듣고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라스베이거스를 할 때 같은 타수가 나오면 돈을 먹은 사람이먼저 치고 이를‘먹선’이라고
부르는데 이날 캐디는 이상한 호칭을 사용했다. 이 캐디는‘먹선이 먼저 치세요
’대신‘먹파 먼저 치세요’ 또는 ‘먹보 먼저 치세요’ 라고 말했다.

먹파란 파를 했는데 돈을 먹은 사람이고 먹보란 보기를 했는데 돈을 먹은 사람이다.
“나 아까 기절할 뻔 했다니까. 더블보기하고 돈 따는게 미안해 죽겠는데 캐디
하는 말 들었지?” 캐디가 그랬다.“ 먹따 먼저 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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