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내가 골프채를 잡은 지 만20년이 되는 해다. 지난 20년 동안 필드에서 체험한
희로애락은 내 삶을 풍요롭게 해주었고 골프를 하며 다져진 인연 즉, ‘골연’덕분에 행복한 사회활동을 해 온 셈이다.

내가 요즘 골프 20년사를 이야기하다 보니 구력 30년이 넘은 선배들이‘구력 20년’이면 깨닫게 되는 것들을 말해줘서 그 의미를 새기고 있다.

첫째, 내기 중 돈을 잃어도 전혀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다. 필드에서 만원은 사회에서 백만 원이라는 기분이 들어서 죽기 살기로 내기를 했는데 20년쯤 되니 승부보다는 상대방과 기분 좋게 즐기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캐디피는 내가 먼저 낸다. 밖에서는 몇 십만 원짜리 회식비를 내도 고마운 내색을 안 한다. 하지만 캐디피를 내주면 너무나 고마워한다. 몇 만원을 가장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것은 캐디피 뿐이라는 걸 깨닫는데 20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내게 이 말을 한 분은 구력 20년 이후부터는 9홀 돌고 나면 조용히 캐디피를 미리 지불한다
고 귀띔 하였다.

셋째, 도망간 공은 찾지 않는다. 공이 OB가 나거나 해저드에 빠졌을 때 예전에는 캐디보고 찾아오라고 하거나 직접 찾아다녔는데 구력 20년 되고 나서는 마음을 비웠다는 것이다. OB난 공 찾아다니다 잘못하면 발목 다친다. 그리고 도망간 공과 집나간 여자는 찾아오면 대개 또 나간다는 것이 이 분의 주장이다.

넷째, 라운드 끝나고 멋진 세레모니를 한다. 라운드 전에는 정중한 인사와 덕담을 하지만 18홀을 돌고나면 자세가 무너지기 쉽다.
그러나 18홀 마지막 퍼팅이 끝나고 난 후 정중하게 동반자들에게 인사하고 덕담을 건네는 일이 그날 골프의 품격을 결정하게 된다.

다섯째, 아내가 미스 샷을 해도 담담해한다. 부부동반 라운드 할 때 아내의 샷을 유심히 지켜보고 미스 샷이 나면 즉석 레슨을 했는데 학습효과는 없고 부부싸움만 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고 완전히 포기하는데 대략 20년 걸린다.

여섯째, 라운드 후 서명은 품위 있게 한다. 골프채를 확인한 후에 캐디가 내미는 확인 카드에 정확하고 또렷하게 서명을 해준다. 서명을 대신하라거나 대충 흘려 쓰는 것은 품위 있는 골퍼의 태도가 아니다. 또 인기인이 아닌데도 사인해달라고 젊은 아가씨가 달려드는 경우는 골프장밖에 없으니 멋있게 서명을 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골프는 인생과 닮았다고도 하고 구도의 장이라고도 한다.

올 봄에는 나를 골프장으로 이끌어 주신 분을 모시고‘사은 라운드’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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