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7, 80년대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침 조회 시간마다 팔뚝을 올리며 외쳤던 구호다.
‘타도하자!’라는 구호도 적지 않았다. 요즘 이런 전투적 구호는 거의 사라졌다.
기업환경이 바뀌었고 기업문화도 바뀌었기때문이다.
‘사랑해요 LG’라는 슬로건이 있고 웅진그룹은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의미로‘또또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인재가 아니라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 인재로 대우 받는 세상이다.

얼마전 휴잇 어소시에이츠 박경미 대표와 대화를 나누던 중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에는 CEO들이 전투적 스포츠를 즐겼지만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축구, 씨름, 닭싸움, 복싱, 격투기 등은 편을 갈라서 격렬하게 싸우는 운동이다. 그러나 골프, 마라톤, 요가, 발레 등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CEO가 자기관리 역량을 높이고 리더십을 기르는 데는 골프와 같은 자기 관리형 스포츠가 더 좋다는 주장이다.

확실히 7, 80년대는 악착같이 제품을 만들고 시장개척을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고객, 언론,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 사랑 받으려면 먼저 사랑받을 일을 해야 하고 사랑스러워야 한다. 그래서 요즘 기
업들은 열심히 사회봉사도 하고 기부금도 내고 문화예술 활동도 지원한다. CEO도 투사형에서 점차 창조적 예술가 타입으로 바뀌고 있다.‘ 연애 잘하는 사람이 사업도 잘 한다’는 고객을 사랑하고 고객들로부터 사랑받아야 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내 친구 중에 별명이‘쌈닭’인 사장이 있다. 성질이 괄괄하고 매사 지기 싫어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골프장에 오면서도 미리전화를 걸어서 동반자들에게‘오늘 각오하라’고 경고 한다. 스트로크 내기를 하지 않으면 흥분을 금치 못한다. 동반자 전원이 내기를 안 하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내기 없는 골프는 골프가 아니다’, ‘경쟁 없이는 발전이 없다’ 이렇게 떼를 써서 기필코 내기를 한다.
그리고는 18홀 내내 동반자들 약을 바짝 올려놓는다.
몇 만원 딴 날은 클럽하우스 안에 와서까지 세어 보면서 희희낙락하고 돈을 잃은 날은 비분강개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딴 돈의 일부를 돌려주는 법도 없고 동반자가 딴 돈을 돌려줘도 받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친구와 라운드 할 때는 모두가 긴장을 한다.
그래도 워낙 어렸을 적 친구인지라 모두 이런 괴짜 한 명쯤 수용하자는 암묵적 합의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그 친구와 통신두절이 되었다. 그동안도 수시로 전화 걸어서 날씨 풀리면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던 친구인데 소식이 없었다. 금년 들어 첫 번째 골프 모임에 이 친구가 나타나지 않아서 의아해 하고 있는데 누군가‘부도났다’고 귀띔 해주었다. 모두 함께 걱
정하면서 이 친구의 재기를 기원하였다.
‘성질이 괴팍해도 그 친구가 와야 골프가 재미있는데…’
새삼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싸우지 말고 사랑하라, 골프도 사업도 사랑하는 마음이 최고니라.’s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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