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동안 끊임없이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지난주 소설가 김주영 선생과 라운드하면서 내가 한 질문이다. “그 동안 수십 편의 작품을 냈지만 매번 이것이 데뷔작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썼습니다.”

김선생의 작품 ‘객주’는 무려 5년동안 신문에 연재되었던 대작으로 지난 100년 동안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역작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홍어’ , ‘멸치’와 같은 자전적 작품을 내었고 현재도 ‘붉은 단추’라는 작품을 쓰고 계신다. 문단에 데뷔한 지도 벌써 36년째인 이 분은
현존하는 한국의 대표적 문인이다.  지난해는 정부로부터 ‘은탑문화훈장’을 받으셨다.



“골프는 언제부터 하셨습니까?”
“한 6년 됐어요. 치열하게 집필하면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주로 술을
마시는 거였는데 골프를 해보니까 더 좋더라구요. 요즘은 스트레스 받으면 술 마시는 것
보다는 골프를 합니다.”

“라운드 할 때 어떤 기분으로 하십니까?”
“매 홀마다 첫 번째 홀이라고 생각하면서 정성을 다해 공을 칩니다. 이래야 딴 생각도
안 들고 스트레스가 풀리죠!”

이 분은 키가 180cm가 넘는 장신인데다가 강력한 샷을 구사하기 때문에 연세에 비해
비거리가 만만치 않고, 퍼팅 실력도 수준급이다. 보통 80대 중반, 후반 타수를 기록하지만
종종 80대 초반을 칠때도 있다. 라운드 중에는 항상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동반자들이
들으면 즐거워 할 이야기 거리가 끊어지지 않는 분이다.

“골프할 때는 내기를 합니다. 그런데 내기에서 이겨도 기분 좋고 져도 기분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들하고만 라운드하기 때문에 골프장에 오면 항상
행복합니다.”
평생 작품 활동에만 매달려 오신 한국 문단의 최고 거인이며 한국의 대표적 지성인의
한 분인 김 선생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스포츠인데 18홀 내내 터치하고 싶은 유혹이 끊임없이 생긴단 말입
니다. 예를들면 잘 맞은 공이 디봇에 있을 때는 살짝 옮기고 싶은 유혹이 생기죠. 이걸 동
반자가 보기 때문에 못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에 있는 또 다른 자기가 못 옮기게
하는 게 바로 자기와의 싸움이죠.
18홀 동안 이 싸움에서 완벽하게 이기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분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골프장에는 두 종류의 인간유형이 존재하는 것 같다.
골프장은 끊임없이 인간을 ‘시험에 들게’하고 ‘유혹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모든 유혹을
완전히 뿌리치는 사람과 유혹에 빠지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분의 말씀을 듣고 ‘절대정직’(Absolute honesty)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요즘 선진국기업들이 윤리경영을 강화하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윤리적 기준은 가장
엄격하고 완벽해야 윤리경영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주영 선생과의 라운드 후에 내가 얻은 소득이 있다면 최근에 라운드 하면서 나도
모르게 주기도문을 외운다는 것이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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