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스코어를 결정하는 것은 역시 그린공략이다. 우선 파온을 시켜야하고
그린 위에서 퍼팅이 잘 되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대부분 그린 주위에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짧으면 벙커에 빠지고 길면 공이 그린 뒤로 넘어간다.
게다가 깃대가 까다로운 곳에 꽂혀있는 경우가 많다. 그린 가장 우측에 깃대가 꽂혀있고
그 오른쪽에는 워터해저드가 기다리고 있는 경우다.

프로 선수들을 보면 아이언으로 볼을 띄워서 컵에 붙이기도 하고 백스핀을 걸어서 컵에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티 샷 비거리부터 짧은 아마추어들은 대부분 세컨드 샷을 롱 아이
언이나 우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공을 세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그린을 공략할 때는 깃대를 노리지 말고 그린 중앙을 향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깃대를 바로 노리다가 한 번만 사고가 나도 두 세타까지 점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그린 중앙을 노리는 것이 훨씬 점수 관리에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나도 이 말대로 해봤더니 확실히 점수가 좋아졌다. 그런데 그린중앙을 노린다고 해서
쉽게 공을 그 자리로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그린 앞에 깊은 벙커가
기다리는 경우가 있기때문이다. 또한 그린 주위에 작은 둔덕이 있는 경우도 있다.

나는 늘 그린 공략에 고심을 해왔는데 얼마 전 소설가 김주영 선생과 라운드 하다가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린에도 대문이 있습니다. 이 문으로 공을 들여보내면 제일 좋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월담을 하거나 개구멍으로 기어들어 가려다가 사고를 내더라구요!” 그래서 매 홀마다 그린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분명히 대문 같은 입구가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공을 이곳으로만 보내면 신기하게도 공이 저절로 깃대 근처까지 간다는 주장
도 설득력이 있었다.

“아하! 공을 대문으로 들여보내면 되는데 이 문이 안보이니까 지금까지 담 타넘다가 깨지
고 개구멍으로 끼어들어가다가 찔리는 거구나!”

그 후 나는 골프장에 갈 때마다 그린의 문을 찾는 재미에 빠졌다. 문이 잘 보이는
위치에서 샷을 하면 훨씬 파온이 쉬워진다. 대문으로 들어가면 벙커에 빠질 가능성도
줄어든다. 그런데 우리 눈에 가장 잘 띄는 것이 첫째 벙커요, 둘째가 깃발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목표물을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그린의 문을 보는 것이 바로 파온의 관건이었던 셈이다. 지난 주 사전에 이런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 주었는
데도 불구하고 동반자인 K회장은 계속 깃대를 향해 쏘다가 사고를 냈다.
“이봐, 일단 내 이론을 믿어보라니까!”
그러나 이미 열을 받을 만큼 받은 이 친구는 마침내 오묘한 답변을 하고 말았다.
“야, 내 신조는 대도무문이다. 도대체 문이 어디 있다는 거야?”s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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